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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23 19:22 수정 : 2012.10.23 19:22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주변 사람들은 부일장학회 창설자인 고 김지태씨를 몇 차례 죽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강압으로 재산을 빼앗아 그의 가슴에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박 후보는 그를 “부정부패로 많은 지탄을 받았던 분”이라고 비난했고, 박 후보의 측근인 이정현 공보단장은 ‘친일파’라고까지 매도했다.

김지태씨는 5·16 쿠데타 후 서슬 퍼렇던 국가재건최고회의 시절 손에 수갑을 찬 채로 부산일보와 문화방송, 부일장학회 등의 재산을 포기한다는 각서에 날인했다고 한다. 누가 뭐래도 박 후보는 가해자 쪽이고, 김지태씨와 유족들은 피해자들이다. 박 후보가 엎드려 잘못을 빌어도 시원치 않을 형편인데도 오히려 고인을 모욕하고 있으니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모든 것을 떠나 인간으로서의 예의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박 후보의 ‘입’을 자처하는 이정현 공보단장의 친일파 발언이다. 이 단장은 김지태씨가 고등학교 졸업 후 일제의 수탈기구인 동양척식회사에 입사한 것 등을 들어 그를 친일파로 규정했다. 이 단장에게 묻고 싶다. 그렇다면 ‘죽음으로 일본에 충성하겠다’는 혈서까지 써가며 만주군관학교에 들어가고, 일본 육사를 졸업한 뒤 일본군 장교로 복무한 ‘다카키 마사오’(박정희의 일본 이름)는 뭐라고 불러야 옳은가. 친일 부역의 정도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면 박 전 대통령은 당연히 특A급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친일파의 딸’이 재산을 강탈당한 피해자를 친일파로 몰고 있는 물구나무선 풍경이다.

박 후보 쪽이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주장을 잇달아 내세워 정수장학회 문제의 본질을 흐리려는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5·16장학회에서 김지태씨가 헌납한 돈은 전체의 5.8%에 불과하다”는 등의 주장도 숫자 장난을 통한 진실 흐리기일 뿐이다. 국가정보원 과거사위가 밝힌 5·16장학회 재산 내역을 봐도 김지태씨 재산은 부산일보·문화방송 주식 3억4800여만환에 토지 10만147평으로 김씨 재산이 외부 성금보다 훨씬 많았다.

이정현 단장이 뜬금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연차씨 등을 들먹이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정부가 공개적으로 헌납을 받은 반면, 노 전 대통령 쪽은 사적으로 돈을 수수했다”고 비난하고 나선 것도 전형적인 물귀신 작전이다. 엉뚱한 논쟁을 일으켜 관심을 딴 데로 돌리고 정수장학회 문제의 초점을 흐리려는 유치한 술책이다. 하지만 박 후보 쪽이 이런 치사한 작전으로 정수장학회 문제의 덫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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