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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바닥 모르고 추락하는 MBC의 공정성 |
<문화방송>(MBC) 보도의 공정성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엊그제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박사논문 표절 의혹 보도는 단적인 사례다. 엠비시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는 이 사건과 무관한 교수의 논문을 표절 대상인 것처럼 제시하고, 방송 시간을 불과 2시간 앞두고 안 후보 쪽에 해명을 요구해 사실상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았으며, 민감하고 전문적인 사안인데도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듣지 않는 등의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판명났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이 보도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명백하게 위반했다”고 밝혔다.
엠비시의 공정성 상실은 하루이틀 된 일이 아니나, 이제는 시청률이 바닥을 길 만큼 참담한 수준에 이르렀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을 한 지난 21일의 뉴스데스크 전국 시청률은 3.3%(에이지비닐슨 기준)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시간대인 <에스비에스> ‘SBS 8 뉴스’의 시청률은 9.6%였고, <한국방송> ‘KBS 뉴스 9’는 16.3%를 기록했다. 대선의 최대 이슈가 터졌는데도 시청자들은 철저하게 엠비시를 외면한 것이다. 뉴스데스크는 ‘노 전 대통령 “엔엘엘(NLL) 영토선 아니다”’와 ‘안철수 후보의 편법 증여 의혹’ 보도가 최근 2주 연속 전국언론노동조합이 트위터와 누리꾼들의 공모로 선정하는 ‘최악의 대선보도’로 꼽히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엠비시가 이 지경이 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김재철 사장의 책임이다. 김 사장은 취임 이후 줄곧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내팽개치고 권력의 입맛에 충실한 나팔수 노릇에 매달렸다. 엠비시가 요즈음 쏟아내고 있는 엔엘엘 보도나 안철수 후보 의혹 보도, 정수장학회 보도 등은 언론의 기본을 상실한 편파·왜곡의 전형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김 사장은 법인카드 전용 및 여성 무용가 ㅈ씨 특혜 지원 의혹 등의 부적절한 처신에다 국회 국정감사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출석 거부 등으로 더는 사장직을 유지할 자격과 능력이 없음이 드러난 상태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그의 잘못은 언론의 사명인 권력 비판·감시 기능을 형해화시켜 공영방송 엠비시를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 데 있다. 엠비시는 국민 모두의 재산이지 김 사장의 사유물이 아니다.
엠비시가 하루라도 빨리 공영방송 자리를 되찾으려면 김 사장의 퇴진이 필수적이다. 오늘 열릴 예정인 방문진 이사회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방문진은 김 사장 해임안을 상정하고 반드시 처리해 문화방송 대주주로서의 기본책무를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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