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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24 19:21 수정 : 2012.10.24 19:21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어제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과제’를 내놓았다. 성장을 우선시하고 복지지출은 줄이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법인세는 낮추라는 내용으로 하나하나 경제민주화 흐름에 역행하는 것들이다. 대선 때마다 정책 대안을 제시해왔다지만, 올해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과제로 부각돼 대선 후보들이 모두 공약으로 앞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재계의 역주행은 매우 볼썽사납다.

전경련은 앞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 이어 무소속 안철수 후보까지 경제민주화를 핵심 공약으로 들고나오자 반대 성명을 낸 바 있다.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장기 저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위기극복이나 경제성장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대기업 때리기 위주의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을 늘어놓았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도 지금 같은 경제위기에서 필요한 것은 투자와 고용이며 이를 위해 기업들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재계의 조직적인 반발은 나라경제나 서민경제는 안중에도 없이 재벌·대기업의 탐욕과 기득권을 고수하겠다는 것으로, 역설적으로 경제민주화가 왜 필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경제민주화는 재벌의 경영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상생이 가능한 사회경제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바로 엊그제까지도 부당 내부거래가 적발된 신세계 소유주 일가의 빵집이나 구멍가게 담배판매권까지 싹쓸이한 롯데의 사례에서 보듯 재벌의 도를 넘는 반칙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복지지출을 확대해 저소득 계층의 소득수준을 끌어올리고 중소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복지 지출이 꼴찌 수준인 나라에서 복지 확대에 포퓰리즘의 덫을 씌우는 것은 옹졸한 일이다. 법인세를 낮춰 성장률을 먼저 높이고 그 과실로 복지를 늘리자는 주장도 낡은 레코드판이나 다름없다. 각종 세액공제 혜택으로 대기업들에 부과되는 실효세율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경제위기를 핑계로 구조개혁을 지연시켜온 전경련의 근시안적 태도가 경제민주화의 봇물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경제정책은 경기변동에 대응하는 단기 정책과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양극화 심화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 정책으로 대별되는데, 경기변동을 핑계로 구조개혁의 일관성을 상실하면 안 된다.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고령화 해법을 찾는 싱크탱크로 거듭났듯이 우리 재계도 경제민주화에 딴죽만 걸지 말고, 이를 한국 경제는 물론 재벌에도 이로운 상생의 보약으로 만들 방안을 검토하는 적극적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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