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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엠디 참여, 얼렁뚱땅 결정할 일 아니다 |
리언 파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최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사일방어(MD)는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모든 방어능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장관이 우리나라와 엠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 확인한 것이다. 그는 북한 미사일 위협을 방어하기 위해 일본에 탄도미사일 추적용 레이더(TPY-2)를 배치하기로 한 점을 상기시키며, 그런 역량을 추가로 개발하기 위해 역내 우방국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완곡하게 레이더 설치를 통한 엠디 참여를 촉구한 셈이다. 이 방법은 지난달 말 캐슬린 힉스 미 국방부 정책담당 수석 부차관도 제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우리 당국자들은 교묘한 논리를 대며 미국 주도의 엠디 참여를 부인하고 있다. 김관진 국방장관을 비롯한 국방당국자들은 10~30㎞의 저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하층방어 중심의 우리 엠디와 10~1000㎞의 광범위한 권역의 미국 엠디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엠디(KAMD)와 미국 엠디는 권역이 다르니 참여라는 말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미사일 관련 정보의 공유는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정보 공유를 가지고 ‘엠디 참여’라는 말을 굳이 쓴다면, 미국 엠디가 우리 엠디에 참여하는 것이지 우리 엠디가 미국 엠디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궤변이다. 탐지-식별-결심-타격으로 이뤄지는 엠디 체계의 초반 단계인 정보공유를 하면서 참여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결혼한 부부가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부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엠디 참여 문제는 단지 북의 미사일 능력 억지라는 군사 측면만이 아니라, 남북통일과 장기 재정운용에도 큰 영향을 주는 중대 사안이다. 엠디 참여는 자칫 미·일 대 중·러의 강대국 대결구도의 최전선에 끼어들어 통일의 길을 멀게 하고, 감당할 수 없는 재정지출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전 정부들이 미국의 강한 요청에도 엠디 참여에 신중했던 것은 이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달 초 타결된 한-미 미사일협상을 전후해 미국에서 엠디 문제가 집중적으로 나오는 것은 사거리를 얻어내는 대신 엠디 참여를 하기로 한 밀약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정부는 얼렁뚱땅 엠디 참여를 부인할 게 아니라 미국과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확실하게 밝히고, 공론을 통해 엠디 참가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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