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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28 19:12 수정 : 2012.10.28 19:12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지난주 특검 조사 과정에서, 이전의 서면 답변 내용에 “오류가 있었다”며 말을 바꿨다고 한다. 애초 아버지의 심부름만 했을 뿐이라고 해왔으나 이번엔 자신이 실제 매입자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피의자가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하는 건 법률상 보장된 권한이다. 그러나 그간의 청와대 해명과 검찰에서의 진술 등에 비추어 시형씨의 진술 번복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통령 일가가 연루된 사건에 대해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에도, 대통령 부자가 일반 잡범들처럼 말을 이리저리 바꾸는 모습은 치졸하기 이를 데 없다. 더구나 일관성도 없는 억지 논리로 발뺌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짓이다.

청와대는 애초 이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터 매입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것처럼 발뺌하다 김인종 전 경호처장이 월간지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이 현장까지 가서 오케이 해서 매입했다”고 공개하는 바람에 처음 거짓말이 탄로났다. 이시형씨 역시 검찰에 낸 서면진술서에서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했고 땅값도 몰랐다”고 주장했고, 변호인 역시 특검 조사 직전까지 내곡동 터 매입과 자금 12억원 마련 과정을 사실상 이 대통령이 주도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그러다 이번 소환조사 과정에서는 시형씨가 다시 “명의만이 아니라 실제로 내가 매입자”라고 주장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자기 이름으로 땅값 12억원을 빌렸고, 세금도 자신이 낸 사실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고 한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니 국민들로서는 어떤 말이 진짜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실체를 밝혀내는 건 특검의 몫이다. 그러나 추정은 가능하다.

시형씨는 명의신탁에 따른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피하기 위해 실제 자기가 매입할 의사가 있었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보인다. 또 배임 혐의를 벗기 위해 “구체적인 계약 업무는 김세욱 전 청와대 행정관 등에게 맡겼다”고 진술한 모양이다. 그러나 행정관이 대통령 일가의 재산을 불려주는 ‘한 건’을 해놓고, 수혜자인 대통령 일가는 모르게 처리했다는 말을 국민들이 믿어줄 것으로 생각했단 말인가. 평소 이 대통령 일가의 윤리 수준에 비춰봐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다. 이 대통령 부자의 궤변을 낱낱이 파헤쳐 엄히 단죄할 특검의 책임이 그만큼 더 막중해졌다.

이 대통령 부자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유치한 짓을 그만두길 바란다. 국민들 앞에 진실을 소상히 털어놓는 것만이 대통령 일가로서의 명예를 최소한이라도 지키고, 조금이라도 죗값을 더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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