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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감독 사각지대에서 피해 양산하는 대부업 |
경기 침체로 서민들의 대부업체 이용이 크게 늘면서 피해도 급증하는 추세라고 한다. 배보다 배꼽이 큰 고금리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다 뺏긴 사례는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접할 정도다. 금융감독원의 불법사금융피해상담센터에 접수된 대부업 피해 신고 건수가 2007년 말 1774건에서 2011년 말 1만866건으로 늘어난 데서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대부업체 실태를 보면 정부가 불법을 방치·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행 규정상 대부업체 감독권과 등록취소권은 대부업체가 위치한 지방자치단체가 갖고 있다. 그런데 광역자치단체의 대부업 담당 인력은 1~2명에 불과해 신규 등록이나 폐업 업무도 버거워 평소 감독이나 점검은 아예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한다. 사채 양성화라는 명목으로 대부업의 문을 활짝 열어 9조원 규모로 시장이 팽창했지만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행정부와 금융당국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쁘다니 한심한 일이다.
현행 대부업법은 8시간의 실무교육을 받고 구청에 인지대 10만원만 내면 누구나 대부업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다. 자산이 있든 없든 신용불량자이든 상관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말 기준으로 등록 대부업체는 1만2000개에 이를 정도로 난립이 심하다. 폐업 뒤에도 등록비 10만원만 내면 얼마든지 재등록이 가능해 불법에 악용될 소지가 있고, 아예 채권 추심을 위해 대부업을 등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외환위기 이후 서민들의 불법 사금융 피해가 커지자 사채를 양지로 끌어내겠다고 추진한 것이 대부업 양성화다. 돈이 필요한 서민들이 자금 융통을 쉽게 하도록 물꼬를 터주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실상은 합법적인 고리대의 길을 열어줘 서민 대출자의 고통은 가중되고 대부업법의 허점을 이용한 온갖 불법이 양산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대부업체 이용자의 절반은 교육비와 병원비 등 긴급 생활자금이 필요해 문을 두드리고 5명 중 1명은 카드 대출 원리금을 막기 위해 돈을 빌린다고 한다. 정부가 사회보장을 통해 해결해야 할 일을 대부업체에 전가하고, 금융권도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남발한 대출금을 밑바닥의 대부업을 통해 회수하고 앉아 있는 꼴이다.
대부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법정 이자율을 낮추고 약탈적 대출 행위에 대해서는 피해자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 대부업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서민들이 고리의 대부업체로 몰리는 까닭은 주거·의료·교육 등 사회안전망이 형편없이 취약한 탓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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