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민주당 쇄신, 질서있되 통크게 하라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대책위 산하 새로운정치위원회가 당 지도부 총사퇴론을 제기하면서 민주당이 인적 쇄신 논란에 휩싸였다. 새정치위원회의 지도부 총사퇴론은 사실상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즉 ‘이-박 투톱’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정치쇄신안을 마련하기 위해 당 안팎 인사들로 구성된 새정치위원회는 엊그제 심야회의에서 격론 끝에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고강도 인적 쇄신을 통해 문재인 후보의 입지를 다지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위원회에서는 지도부 사퇴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방안도 논의됐지만, 최고위원회가 이미 전권을 선대위로 이전한 상황에서 별도의 비대위는 필요하지 않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재인 후보는 어제 새정치위원회의 이런 결정에 대해 “완전한 퇴진이 이뤄져야 민주당의 쇄신 의지를 분명히 보일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충정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며 “현실적으로 고려할 문제도 많기 때문에 저한테 맡겨두고 시간을 좀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간을 좀더 두고 여론 추이를 보아가며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박 투톱 퇴진론은 사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지도부가 이미 전권을 문 후보에게 위임하고 사실상 2선 후퇴한 상황이어서 투톱 퇴진의 필요성이 아주 절박하다고 보기 어렵다. 예산 국회를 앞두고 원내대표가 교체될 경우의 차질도 예상된다. 무슨 일만 있으면 무조건 지도부부터 바꾸고 보자는 주장이 꼭 합리적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민주당 상황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바꿔야 하는’ 위기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 지난 4월 총선의 지리멸렬에 이어 대선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제1야당 후보에 걸맞은 입지를 다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달 21일 친노 직계 인사 9인의 퇴진에 이어 투톱의 퇴진까지 제기되는 것은 그만큼 민주당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반증이다. 국민들이 지금의 민주당을 두고 지역 정치, 계파 정치, 기득권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서 대선 정국에서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뼈를 깎는 쇄신이 필요하다. 통크게 쇄신하되 자중지란에 빠지지 않고 질서있게 쇄신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전체 국면을 크게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후보와 이·박 두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당의 질서있는 쇄신 방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 바란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