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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01 19:04 수정 : 2012.11.01 19:04

이명박 정부가 기어이 영리병원의 물꼬를 텄다. 엊그제 보건복지부가 경제자유구역 안에서 외국 의료기관을 세우는 데 필요한 요건을 담은 시행규칙을 공포한 것이다. 이 병원은 외국자본 비율이 50%를 넘게 돼 있어 겉은 외국 영리병원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체 의료진의 90%까지를 국내 면허 의사로 채울 수 있고, 내국인 환자 진료가 100% 보장되며, 의사결정기구에도 내국인이 최대 절반까지 참여할 수 있다. 사실상 국내 영리병원이나 마찬가지다. 의료 민영화의 첫 단추를 끼웠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런 탓에 여당이 압도적 다수였던 18대 국회조차 여론의 강력한 반대에 밀려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대통령 임기 종료를 불과 100여일 앞두고 국회 동의가 필요없는 시행규칙을 통해 슬그머니 외국 영리병원을 허용했다. 국민과 민주주의 질서를 무시하는 막가파식 행태나 다름없다. 이러니 정부가 삼성 등 재벌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외국 영리병원 허용에 목을 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일본 다이와증권이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설립을 추진중인 외국 영리병원에는 삼성물산이 지분 참여를 하고 있다.

외국 영리병원의 등장이 불러올 부작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병원협회 등의 “역차별 철폐” 요구가 거세져 국내 영리병원의 전면 허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렇게 되면 돈벌이를 위한 과잉진료로 의료비가 폭등하고 의료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게 뻔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2010년)를 보면, 우리나라 개인병원의 20%가 영리병원으로 전환할 경우 국민들은 연간 1조5000억원의 의료비를 더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소득 상위계층의 건강보험 기피로 중저소득층의 의료서비스 버팀목인 건강보험이 취약해질 우려마저 있다.

외국 영리병원 허용 조처는 당장 철회돼야 한다. 정부가 스스로 철회하지 않는다면 국회가 관련 법안인 경제자유구역법을 개정해 영리병원 허용을 금지하는 것이 옳다. 아울러 대선 후보들은 영리병원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함께 우리 사회의 의료체계를 어느 쪽으로 이끌어 갈 것인지 전망을 밝혀야 한다. 그 방향은 영리병원 허용을 통한 의료 상업화여서는 안 된다.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고 국공립병원을 확충하는 등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쪽이어야 마땅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국공립병원 비율은 평균 75%나 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고작 7%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들의 의료비 폭등만 가져올 영리병원이나 허용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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