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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투표시간 연장하고 통합명부제도 도입하자 |
연말 대선을 앞두고 투표시간 연장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등의 이유로 부정적 태도를 고수하는 반면 야권과 시민사회 진영에선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1300만명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오후 6시에 끝나는 현행 투표시간을 저녁 9시까지 3시간 늘리기 위한 투표시간 연장 서명운동을 오는 5일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앞서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250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투표권 보장 공동행동’은 엊그제 국회에 투표시간 연장 입법을 청원했다.
실제로 세계 여러 나라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32개 주에서 투표일 10~20일 전에도 투표할 수 있는 ‘조기투표제’를 도입했다. 2008년 미국의 조기투표율은 전체의 30.6%에 달했다. 일본은 1997년 선거법을 개정해 투표 마감시간을 오후 6시에서 8시로 늦췄다. 그 결과 1996년 50% 후반대까지 떨어졌던 중의원 투표율이 2009년 69.2%까지 올랐다.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의 대안으로 거론한 ‘통합명부제’나 ‘투표일 법정공휴일 지정’ 등도 논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투표시간 연장과 함께 다른 방법들도 도입한다면 금상첨화다. 통합명부제는 전국 어느 투표소에서나 신분증만 있으면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투표율 제고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표일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하면 일반 기업에서 전체의 절반 정도가 선거일에 정상근무하는 현재 관행이 크게 바뀌게 된다.
어디까지나 투표율 제고를 위해 가장 확실하고 손쉬운 방법은 투표시간 연장이다. 이 문제를 기본으로 다른 방안들까지 폭넓게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통합명부제에 대해서도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명하고, 대신 유권자를 차로 실어나르는 것을 합법화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제도 개선을 통해 투표 참여 기회를 확대해야지 차량 등의 편익을 제공해 유권자를 투표소로 끌어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새누리당의 이런 혼란스런 태도가 투표시간 연장 논의를 물타기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투표율은 그 나라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다. 투표율이 턱없이 낮은 상태에서 민의가 국정에 제대로 반영될 리 없다. 대선까지 시일이 다소 촉박한 점은 있지만 참정권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을 미룰 이유가 없다. 여야 정치권은 정치공방 할 것 없이 신속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논의를 매듭지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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