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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기아차 국내서는 ‘연비 과장’ 없나 |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주요 차종의 인증 연비가 실제보다 높게 산정된 사실이 미국 환경보호청 조사에서 드러났다고 한다. 소비자들에게 실제 연비보다 과장된 연비 정보를 제공해 차를 팔아온 것이다. 파문이 일자 현대·기아차는 연비 측정에 오류가 있었다며 사과하고 보상 방침을 밝혔다. 재빨리 대응했지만 사실상의 대규모 리콜로 이미지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연비 하향조정 대상에는 현대·기아차의 2011~2013년형 북미 판매 모델 20개 차종 가운데 주력차종 13종 대부분이 포함됐다. 판매 대수는 90만대로 지난 3년간 현대·기아차 미국 판매분의 30%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 환경보호청이 연비 조정을 권고한 사례는 일부 있지만 이번처럼 10개 이상의 차종에 대해 전면적인 조정 권고를 한 적은 없다고 한다. 환경보호청은 현대·기아차 일부 차종의 연비가 과장됐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자 현대·기아차 전 차종에 대해 연비 검증에 나섰다. 연비 정보가 잘못 표시된 차를 산 소비자들에게 운행거리만큼의 연료비를 현금으로 지급하게 되면 그 금액만 8000만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공인 연비는 실제 주행을 해서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험실 데이터로 추산한다. 어느 나라나 도심지역의 주행 특성을 시뮬레이션한 모의 주행모드로 측정하는데, 측정 과정에서 연비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저항값을 현지 상황에 맞게 설정하지 않아 오류가 생겼다는 게 현대차 쪽의 설명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평균 연비가 1ℓ당 400m 넘게 차이가 난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연비가 좋으면서도 가격은 합리적인 차라는 점을 내세워 약진했다. 최악의 경우 연비를 속여 파는 차라는 인식이 퍼진다면 도요타 리콜 사태와 같은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미국시장 점유율이 10%를 넘어서며 표적이 되고 있다는 쪽으로 둘러댈 일이 아니라 경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국산차의 주요 약점 가운데 하나가 연비 문제다. 국내 소비자들이 국산차를 안 사는 주된 이유는 연비 때문이며, 수입차가 크게 느는 이유 또한 연비 좋은 소형엔진의 수입차 때문이다.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국산차를 타는 소비자들도 공인 연비와 실제 연비가 다르다는 불만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쪽은 국내는 문제될 게 없다고 하나, 이번 일을 계기로 당국이 연비 검증에 나서 국산차의 연비 신뢰성을 높이기 바란다. 완성차 업계는 연비 개선을 위해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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