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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08 21:08 수정 : 2005.08.26 12:23

사설

한번 때를 놓치면 번듯한 직장 구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대기업이나 금융회사 등 괜찮다는 직장은 신입사원 채용 때 학력이나 나이에 차별을 두어 원서접수 단계에서부터 걸러내기 일쑤다. 명시적 차별을 두지 않더라도 면접 등을 통해 사실상 차별적으로 뽑는다. 지난해에는 한 재벌그룹이 신입사원을 공채하면서 대학을 졸업한 지 1년 넘은 취업 재수생을 선발 대상에서 아예 배제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런데 외환은행이 이런 취업시장의 관행을 깼다.

외환은행이 지난주말에 신입행원 공채 합격자 100명 명단을 발표했는데, 마흔살 남성 1명을 포함해 30살 이상 늦깎이가 10명, 전업주부가 5명 합격했다. 대졸 미만 학력 소지자도 10명이다. 학력·나이·성별을 따지지 않고 능력 위주의 개방형 공채를 한 결과라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대학을 나오지 못했거나 취업 연령을 넘긴 이들은 신규 채용시장 문을 두드릴 수조차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전업주부는 말할 것도 없다. 한때의 형편 때문에 원하는 취업 기회를 잃는다는 건 가혹하다. 외환은행의 새 공채 방식이 잘 정착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때를 놓친 이들에게도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일단 높이 평가할 만하다. 게다가 요즘에는 취업난 탓에 취업 재수생도 많고, 젊은 시기에 택한 직장이 적성에 많지 않아 고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업과 취업 사이의 불균형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때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두고 싶다. 인력 구조조정 등으로 직장 잃기는 쉬워진 반면, 새 직장 찾기는 여전히 어렵다. 나이 등에서 일정한 선을 긋고 있는 채용시장의 경직성이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환은행식 공채가 확산되면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도 보탬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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