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08 21:10
수정 : 2005.08.09 07:59
사설
일본 정계가 격랑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어제 우정공사 민영화 법안이 참의원에서 17표의 큰 표차로 부결되자 중의원 해산·총선거라는 강수를 선택했다. 우정사업 민영화가 고이즈미 개혁의 핵심과제로 내세워졌다고 해도 민영화 법안의 통과 여부에 정권의 진퇴를 거는 방식에 대해서는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나, 집권 자민당 지도부의 누구도 고이즈미 총리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 정가에서 ‘한 마리의 외로운 늑대’ ‘괴짜’라는 별명이 자연스럽게 따라다닐 정도로 틀에서 벗어난 정치가다. 그가 2001년 4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최대 파벌의 보스인 하시모토 류타로 전 총리를 누르고 당선된 것 자체가 이변이었다. 당원들의 직접투표라는 새로운 선출 방식이 도입되지 않았더라면 그가 당 총재와 총리직에 오르지 못했으리라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다른 보수 정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말꼬투리를 흐리지 않는 명쾌한 언변으로 대중적 인기를 누려온 그는 오는 18일을 넘기면 전후 일본에서 네번째 장수 총리가 될 정도로 장기 집권을 해 왔지만 이번 도박으로 갈림길에 섰다.
우리로서는 일본 정국의 변화가 어디까지 전개될지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자민당 지도부는 이번에 법안에 반대한 의원들을 총선에 내보내지 않을 방침이어서 반란표를 던진 이들이 신당을 결성할 가능성도 있다. 자민당이 두 쪽으로 갈라진 상태에서 선거가 치러진다면 지난 총선의 비례대표제와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선풍을 일으킨 제1야당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수도 있다. 일본 정치는 1993년 자민당 분당으로 ‘55년 체제’ 이후 처음 비자민 정권이 등장한 이래 새로운 격동의 시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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