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11.06 19:06 수정 : 2012.11.06 19:06

2008년 촛불시위에 참가한 혐의로 기소됐던 사람들에게 최근 무더기로 무죄가 선고됐으나 검찰이 항소했다고 한다. 생업에 지장을 받으며 4년4개월이나 법정투쟁을 벌여 힘겹게 무죄를 받아냈는데, 다시 또 지루한 법정공방을 벌여야 한다니 착잡할 따름이다.

촛불시위를 유발한 책임자들은 일제히 뒤로 숨고, 헌법상 정당한 권리를 찾아나선 시민들만이 법치의 미명 아래 이렇게 고초를 겪는 건 부당하다. 더구나 이번에 선고유예를 받은 박아무개씨를 제외한 6명은 애초부터 시위와 무관했다니 법과 정의가 거꾸로 선 현실을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최소한의 양식이 있다면 기소권을 남용해놓고 다시 항소하는 뻔뻔한 짓을 하진 않았을 터다. 법원이라도 재판을 서둘러 무고한 시민들이 더는 법정공방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

촛불시위는 다 알다시피 애초 정부가 미국과 쇠고기 수입 협상을 잘못하는 바람에 촉발됐다. 국민의 건강권보다 미국 정부와 업자들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정부에 집회와 시위를 통해 재협상을 촉구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시민정신의 발로였다. 그럼에도 정부·여당과 수구언론이 담합해 책임을 엉뚱하게 <피디수첩>에 돌리고, 시민들을 이에 놀아난 사람들로 매도했다. 이런 적반하장의 현실 앞에서 조중동 광고업체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날 정도로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결국 민심에 굴복해 대통령이 사과하고 추가협상에 나서 놓고도, 정권은 이후 태도를 돌변해 집회·시위 가담자뿐 아니라 길가던 시민들까지 마구 연행하며 대대적인 보복에 나섰다.

이번에 무죄를 선고받은 6명은 가족들과 청계천에 놀러 왔거나 아들 돌잔치 장소를 알아보러 왔다가 연행되는 등 집회·시위에 적극 가담한 사람들도 아니었다. 얼마나 마구잡이 연행이 이뤄졌는지를 잘 알 수 있다. 2008년 5월2일부터 8월15일까지 촛불시위로 1050명이 약식기소됐고 43명이 구속기소, 165명이 불구속기소됐다. 약식기소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들 가운데 640여명이 이번에 무죄를 받은 사람들처럼 민변을 통해 정식재판을 청구해 재판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고 한다.

촛불시위가 일어난 게 언제인데, 아직까지 무고한 시민들이 법정에 불려가야 한다니 과연 이런 것이 정권과 검찰이 말하는 ‘법치주의’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내곡동 사저 비리 의혹이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서 보듯이 힘있는 자들에겐 한없이 약하면서 힘없는 시민들에게만 철권을 휘두르는 검찰의 이중잣대가 역겹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