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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11 19:25 수정 : 2012.11.11 19:25

한국방송 이사회의 정부·여당 몫 이사들이 길환영 부사장을 사장 후보로 선정했다. 갈등하는 한국방송 1노조와 새노조가 모두 ‘절대로 사장이 돼서는 안 될 인물’로 꼽은 사람이다. 바로 전날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 해임안을 부결시킨 터였다. 방송장악을 위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찰떡공조의 결과라는 지적에 수긍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길씨는 티브이 제작본부장, 콘텐츠본부장을 역임하는 동안 미국산 쇠고기 수입정책 옹호 프로그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프로그램 45회, 천안함 특집 15회 편성을 주도했다. 최근엔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주례연설 100회 특집 제작·편성을 강행하기도 했다. 이밖에 이승만 다큐, 이병철 탄생 100주년 프로그램 등으로 역사 왜곡에 앞장서, 방송사 안에서 편파방송의 종결자로 불린다고 한다. 이력만 보면 문화방송을 막장으로 몰고간 김재철 사장 못지않다.

그런 인물을 선정하기 위해 정부·여당 쪽 이사들은 그동안 정상적으로 이뤄졌던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은 물론 사내 구성원들의 사장후보 검증 절차도 생략했다. 두 노조가 동시에 제안하고 야당 쪽 이사들이 동의한, 특별다수제 의결 방식은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여론 청취 절차조차도 거부하고, 밀실에서 저들의 의지를 관철시킨 셈이다. 앞서 방문진 여당 쪽 이사들이 논란을 벌이다가 ‘핵심의 의중’에 따라 김 사장 해임안을 부결시킨 것을 생각하면 여권의 기획에 대한 의혹은 더 커진다.

박근혜 후보는 문화방송 파업사태 속에서,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회적 다원성을 이사회 구성에 반영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영방송 사장 선출제도를 만들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지난달 30일엔 방송의 공공성 강화, 이사회 정상화와 함께 이런 내용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그의 선거대책본부 책임자인 김무성 본부장은 김 사장 해임 저지에 앞장섰다는 정황이 갈수록 선명하다. 그의 전화를 받았다는 방문진 이사는 ‘여당 추천 이사로서 그쪽 생각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제 오른팔이 한 일을 제가 모른다고 하는 것이니 이를 곧이듣기 힘들다.

물론 수족이 멋대로 움직인 결과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박 후보는 기왕에 방송 공약도 발표했으니 김 사장 해임안 처리 문제, 길 사장후보 선정 및 그 절차에 대한 의견을 밝혀야 한다. 특히 자신의 공약에 부합하는지 평가해야 한다. 방송 대책이 중요하다고 침몰하는 정권에 업혀 단물만 취하려는 것은 비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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