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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임검사’ 수사, 검찰 불신만 더 키운다 |
검찰과 경찰이 ‘비리 검사’ 수사를 놓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경찰이 현직 검사의 비리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검찰이 곧바로 특임검사를 임명해 자체 수사에 나섰다. 한 사건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이중수사를 벌이는 희한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한 검찰의 수사 가로채기라며 강하고 반발하고 있다. 배경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양 기관의 갈등이 있겠지만, 이번 경우는 경찰 쪽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인다.
김수창 특임검사는 출근 이틀째인 어제, 서울고검 ㄱ 검사와 수상한 돈거래를 한 유진그룹 등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했다. 수사팀도 특임검사 1명에, 부장급 검사 1명, 검사 8명, 수사관 15명이라는 초대형이다. 이제까지 두 차례 있었던 2010년의 ‘그랜저 검사’, 지난해의 ‘벤츠 검사’ 때의 특임검사 수사팀은 검사 수가 고작 4명이었다. 겉모습만 보면, 검찰의 자정 의지가 철철 넘쳐흐르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의 특임검사는 여론의 지지를 받기도 힘들고, 진정성도 느끼기 어렵다. 명분도 없다. 경찰이 오랜 기간에 걸쳐 다단계 판매 사기범 조희팔씨의 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ㄱ 검사의 비리 혐의가 포착된 것인데, 검찰이 검사 비리 부분이 포함되었다고 해서 특임검사를 임명해 수사하겠다고 하는 건 조직 보호 외에 다른 이유로 설명하기 어렵다. 앞선 두 특임검사의 사례가 모두 언론 보도나 진정 사건을 수사한 것이지만, 이번 특임검사는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안을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경찰의 검사 수사를 믿지 못하겠으니까 직접 수사하겠다는 것인데, 검사가 검사를 수사하는 걸 더 못 믿겠다는 게 민심이라는 걸 검찰만 모르는 걸까.
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검찰의 신뢰는 이미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됐다. 촛불시위, 피디수첩, 미네르바 사건, 한국방송공사 정연주 사장 사건 등에서 보듯 정권의 입맛에 따라 기소권을 남용하면서 정치검찰의 굴레를 자청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이제 ‘축재 검찰’의 오명마저 뒤집어쓰게 됐다. 검찰은 왜 여야 대선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검찰 개혁을 차기 정부가 추진할 최우선 과제로 들고 있는가를 무거운 마음으로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검찰이 그나마 신뢰를 얻으려면 수사 방해나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살 수밖에 없는 특임검사 수사를 포기해야 한다. 대신 경찰의 수사를 지켜보고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엄벌에 처하겠다는 겸허하면서 단호한 자세를 취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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