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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의 비뚤어진 ‘엘리트 의식’ |
경찰이 수사중인 현직 검찰 고위간부의 금품수수 사건에 뒤늦게 뛰어든 김수창 특임검사가 엊그제 참으로 놀라운 발언을 했다. 김 검사는 이 사건을 검찰이 맡아야 할 이유를 설명하면서 “수사는 검사가 경찰보다 낫다” “의학적 지식은 의사가 간호사보다 낫지 않은가” “사시(사법시험)를 왜 보고, 검사를 왜 뽑나” 등의 발언을 늘어놓았다. 검찰의 비뚤어진 엘리트 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망언’이 아닐 수 없다.
김 검사의 발언에서는 사회의 각기 다른 직업과 직무에 대한 최소한의 경의나 존중을 찾아볼 수 없다. 그의 눈에 직업의 차이는 곧바로 신분의 귀천, 계급의 높낮이일 뿐이다. 그러니 경찰이나 간호사는 ‘존귀한 존재’인 검찰이 무시해도 좋은 하찮은 존재인 셈이다. 어제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전문인으로서 지금까지 가져왔던 소명의식과 자긍심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발언”이라고 김 검사의 발언을 강력히 비난했다. 비단 간호사들이 아니더라도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김 검사의 발언에 공분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문제는 검찰의 이런 비뚤어진 의식이 단지 김 검사 한 사람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자기네가 가장 똑똑하고 유능한 조직이라는 선민의식은 오랜 세월 검찰 사회에 뿌리깊이 박힌 병리현상이다. 검찰이 ‘수사 가로채기’에 나선 밑바탕에도 ‘감히 경찰 따위가 검사를 수사해?’라는 오만함이 깔려 있다. ‘검사도 죄를 지으면 경찰의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사고는 검찰의 머리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여기에 조직이기주의까지 겹치니 염치 불고하고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수사권을 빼앗으려고 기를 쓰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그동안 보인 숱한 헛발질 수사를 뒤돌아보면 검찰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처럼 수사 능력이 뛰어난지는 매우 의문이다. 설사 검찰의 ‘상대적 우수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문제는 도덕성 수준은 더욱 형편없다는 데 있다. 봐주기 수사, 덮어주기 수사, 부풀리기 수사, 뒤집어씌우기 수사 등 검찰의 그동안 행태를 보면 그들의 낯뜨거운 자만심과 자기존대의식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사회를 움직이는 힘에서 법이나 규정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건전한 상식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이런 상식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검찰의 후안무치한 행태에 대한 국민의 여론도 싸늘하기만 하다. 그런데도 검찰은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다. 검찰 개혁이 더는 미룰 수 없는 절실한 과제임을 또다시 증명하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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