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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설 아동 급식비 1420원’, 낯 들기 부끄럽다 |
보육원과 아동복지센터를 함께 운영하는 시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 같이 교육을 받다가도 저녁시간이 되면 각기 다른 식당으로 이동한다. 복지센터 아이들은 3500원짜리 식사를, 보육원 아이들은 1420원짜리 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이없는 일이지만 현실이다. 굳이 따진다면, 가난하지만 돌아갈 가정이 있는 복지센터 아이들보다, 오갈 데 없는 보육원 아이들에게 더 많은 보살핌이 필요한데, 현실은 반대다. 이웃 나라가 알까 부끄럽다.
그러나 정부는 문제의식도 개선의지도 없다. 그저 법에 따라 급식비를 책정했을 뿐이라고만 되뇐다. 아동복지 차원에서 설립된 지역아동센터의 경우 아동복지법에 따라 올해 급식비가 끼니당 3500~4000원으로 책정됐다. 반면 빈곤 대책 차원에서 제정된 기초생활수급법은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이들에 대해 어린이, 노인, 장애인을 막론하고 급식비로 1420원을 책정했다. 더 불우한 아동이지만, 더 형편없는 처우를 받는 기이한 차별이 발생한 까닭이다.
그 모순을 정부도 잘 알고 있지만 마이동풍이다. 문제를 제기하던 시민단체들도 참다못해 엊그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급식비 차별 추방 캠페인에 나섰다. 아름다운재단은 시설 아동에게 3500원짜리 식사를 제공하자며 모금운동을 벌인다. 불치의 병이 된 관료들의 무사안일과 정치권력의 무관심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가장 불우한 아이들의 상처에 소금을 덧뿌리는 급식비 정책을 정상화한다고, 복지 포퓰리즘 운운하며 나무랄 자가 어디 있을까.
어디에도 1420원짜리 식판은 없다. 시설 아동과 또래인 초등생과 중등생 학교 급식비는 2580원, 3250원이다. 군장병의 급식비(2051원)와 비교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내 급식은 인건비, 가스·전기·수도료, 임대료가 면제된다. 여기에 식자재에 대한 면세 혜택까지 주어지므로, 군장병 급식비 2051원은 일반 사회보다 두 배 이상의 구매력을 갖는다.
보호자가 없거나, 방임이나 학대, 혹은 가족 해체로 오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이 보육원이다. 사회적 돌봄이 누구보다 절실한 아이들의 보금자리다. 그런 시설에 있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물론 유권자로서 목소리가 큰 노인, 모든 부모가 대변하는 영유아와 달리 이들은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도 못할 뿐 아니라, 대변해줄 사람도 별로 없다. 그렇다고 이런 참혹한 차별이 숨겨지거나 잊힐 순 없다. 오히려 지구촌의 우스개로 국격을 추락시킬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먹는 문제만이라도 서둘러 정상화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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