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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14 18:38 수정 : 2012.11.14 18:38

현대자동차가 사내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인 불법파견을 인정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비정규직노조와 협상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7700여명에 이르는 사내하청 노동자 가운데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최병승씨만 불법파견이라던 기존 태도를 바꾼 것이다. 현대차의 불법파견은 대법원뿐 아니라 고용노동부 등도 이미 판정을 내린 사안인 만큼 뒤늦은 태도 변화지만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현대차의 태도 변화가 비정규직 모두의 정규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는 비정규직들의 작업공정을 따져본 뒤 불법파견으로 인정되는 노동자만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최병승씨와 똑같은 조건의 하청노동자만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내하청 7700여명 모두를 정규직화하라는 노조의 요구와는 거리가 상당하다. 특히 현대차가 협상에서 엄격하고 일방적인 불법파견 잣대를 내세울 경우, 비정규직 3000명을 2015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지난 8월의 제안과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당시 이 제안은 정규직화하는 3000명 가운데 2500명가량이 퇴직자 자리를 메우는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꼼수라고 비판받았다.

현대차는 더욱 폭넓고 전향적으로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것이 옳다. 고용노동부가 2004년에 현대차 생산공장과 하청업체들을 조사한 뒤 9234개의 모든 공정에서 불법파견이 있었다고 판정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18대 대선에 나선 주요 후보들도 대상과 시기 등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과제인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사회양극화 해소 등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위기 때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노동유연성에 너무 집착해 사내하청 문제에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한다면 제 잇속만 추구하는 시대착오적 기업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현대차의 불법파견 인정은 우리 노동시장에 큰 영향력을 끼칠 사안이기도 하다. 노동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300명 이상 고용 사업장 가운데 현대차처럼 사내하청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41.2%(1939곳)에 이른다. 현대자동차그룹만 해도 사내하청 비율이 70.4%인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현대하이스코(48.8%) 등 여러 계열사에 사내하청이 퍼져 있다. 한국 기업의 대표 격인 현대차가 적극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 노동자가 차별 없이 존중받는 사회로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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