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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확인된 부정경선, 진보정당 맹성 계기 삼기를 |
검찰이 어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건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3개월여에 걸쳐 무려 1735명을 수사해 20명을 구속기소하고 442명을 불구속기소했다니 우리 정당 사상 최대 규모 수사가 아닌가 싶다.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수사 때와 비교하면 총력 수사를 펼친 검찰의 이중잣대가 두드러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스스로 사태를 수습하지 못해 검찰을 불러들인 셈이니 그런 치욕을 어디다 하소연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긴 하지만 중복투표 상황이 알려진 것보다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발표된 것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당선자들의 의원직 사퇴에 이은 탈당 등으로 상황이 진전되고 시간도 상당히 흘러 검찰의 결과 발표가 다소 뜬금없다는 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진보정당들이 존재감마저 잃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진보의 재기를 위해서라도 차분히 지난 일을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검찰 발표를 보면, 지난 총선 때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온라인투표자 3만6486명 가운데 동일한 아이피에서 2건 이상 투표한 사례가 1만8885명으로 51.8%나 되고, 10건 이상 투표 사례는 8890명으로 24.4%에 이른다고 한다. 이 수치대로라면 절반 이상 중복투표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특히 최고 득표를 기록한 후보는 1만136표 가운데 58.9%인 5965표가 중복투표로 얻은 표라고 한다. 득표순으로 1~9위까지 중복득표율이 60.8%~39.9%나 될 정도로 광범위한 중복투표가 이뤄졌다니, 경선 자체가 부정투표로 이뤄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애초 통합진보당 쪽이 해명했듯이 열악한 투표장 여건 등으로 불가피한 중복투표가 이뤄진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정도면 진성당원의 총의에 의해 당을 운영하고 후보자를 뽑아왔다는 진보정당의 정당성과 도덕성을 뿌리째 뒤흔드는 사안임은 부인하기 힘들다. 특히 애초 당권파가 부정투표를 주도했다고 비난하며 탈당까지 결행한 비당권파 쪽 인사들도 당권파 못지않게 중복투표를 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이석기 의원 등 당권파 쪽 인사들의 거취 문제와 함께, 비당권파 인사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진보정의당 차원에서 진상규명 등 투명한 처리가 불가피해 보인다.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건 이후 진보정당 전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과 지지층의 뜻이 무엇인지 헤아리는 것만이 신뢰를 회복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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