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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커지는 ‘엠비 비자금’ 의혹, 그냥 넘길 일 아니다 |
이광범 특별검사팀의 내곡동 사저 헐값 매입 사건 수사는 끝났으나 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재산을 둘러싼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세대금 7억여원 중 3억8100만원이 청와대 직원들한테서 나온 것일 뿐 아니라 사용된 돈 가운데 1억4000만원은 ‘1만원짜리 구권 화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2008년 비비케이 특검 당시 130억원대 비자금이 발견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미심쩍은 돈의 흐름이 확인됨에 따라 이 돈이 혹시 이 대통령의 비자금이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특검 수사기간 연장 거부는 이런 의혹을 부채질했다.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지난 9일 법원에서 청와대 직원들에 대한 계좌추적 영장을 받아 계좌추적을 막 시작하려 했으나 대통령이 수사기간 연장 승인을 거부하는 바람에 전세금 출처 확인이 무산됐다. 이미 두 차례의 특검 수사를 통해 의문의 비자금 단서들이 확인된 이상 그냥 덮어두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떤 형태로든 국민 여론을 모아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특검팀은 이시형씨가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한테서 받았다고 주장한 현금 6억원의 자금원을 추적하다 전세금의 출처를 알게 됐다고 한다.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의 측근 설아무개씨가 2010년 시형씨의 서울 삼성동 아파트 전세금으로 6100만원을 송금했고, 주아무개 청와대 재정팀장 등 청와대 직원 6명이 전세 잔금 3억2000만원을 지급한 사실도 확인했다. 특히 이 가운데 1억4000만원이 1만원짜리 구권 화폐였던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비자금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구권 1억4000만원’은 이 대통령 쪽이 따로 보관해온 현금으로 보는 게 상식에 맞는다. 한국은행이 2007년 1월 신권을 발행하면서 구권 발행을 중단해 2008년 2월 이후엔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서도 구권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부부는 취임 뒤 예금만 매년 1억7776만~4억938만원씩 신고했을 뿐 현금은 따로 신고한 적이 없는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또 특별검사팀이 이시형씨의 행적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당일 이상은씨한테서 6억원을 빌렸다는 주장도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만일 이 대통령이 별도의 비자금을 감춰뒀다면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재산신고를 허위로 한 것이고, 시효를 고려하면 퇴임 뒤 3개월여 안에 선거법 위반에 대한 기소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 여야 정치권과 대선 후보들도 더이상 모르쇠로 넘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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