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11.21 19:15 수정 : 2012.11.21 19:15

또 안타깝고 참담한 소식이 들려왔다. 어제 새벽 전남 고흥에서 촛불을 켜놓고 자던 조손가정에 불이 나 50대 할머니와 6살짜리 외손자가 숨졌다.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전류제한 조처를 당하자 촛불로 생활하다 화마에 참변을 당한 것이다. 할아버지는 무릎이 아파 외손자조차 안고 나오지 못하고 겨우 몸을 피했다고 한다. 이런 기막힌 죽음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우리 사회의 저소득층 지원체계는 왜 이런 비극을 막지 못할 만큼 후진적인지 답답할 뿐이다.

숨진 김아무개(58)씨는 지난 6개월 동안 전기요금 15만7740원이 밀려 10월30일부터 한전으로부터 전류제한 조처를 당했다. 이렇게 되면 20와트 전등 2개와 텔레비전 1대, 냉장고 1대 정도만 사용할 수 있고, 전력이 많이 소모되는 전기장판 등은 쓰기 어렵다. 김씨 집에선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한달 전부터 방에 불을 때지 못하고 침대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추위를 견뎌왔다고 한다. 한전에 따르면, 전류제한 조처를 당한 가구가 올해 상반기에만 전국에서 10만4000가구에 이른다. 2007년에는 한해를 통틀어 이런 가구가 5만5000가구였다. 전기요금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사정이 어려운 가구가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이번 화재 사고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의 맹점으로 지적돼온 부양의무제의 문제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숨진 김씨는 최근 몸이 나빠져 주수입원인 인근 유자공장에 나갈 수 없었고, 남편 주아무개(60)씨도 평소 무릎 질환 등으로 일을 하지 못했다. 이렇다 할 소득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주씨 부부는 딸이 3명 있다는 등의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된 빈곤층이 정부 통계(2008년 기준)로도 103만명이나 된다. 지난 8월에는 사위의 소득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한 할머니가 경남 거제시청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상을 안타깝게 만들기도 했다.

김씨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저소득층 지원체계에 대한 점검이 시급하다. 예를 들어 한전이 전류제한 조처를 한 뒤 그 대상 가구를 보건복지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통보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면 처지가 어려워진 빈곤층을 파악하고 보살필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 소득이 낮은데도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배제하는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한 재검토 또한 필요하다.

하루가 다르게 날이 추워지면서 수은주가 영하를 기록하고 있다. 추운 겨울에 몸과 마음이 더 얼어붙을 우리 이웃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절실하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