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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골목상권 보호 약속 뭉개려는 새누리당 |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어제 우여곡절 끝에 법제사법위원회 소위로 넘겨졌다. 유통법 개정안은 지난 16일 여야 합의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다. 당연히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할 줄 알았는데 새누리당이 태도를 바꿔 한동안 법사위 상정을 반대한 것이다. 소위에서 엉뚱한 딴지를 걸거나 법안을 약화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은 숙려기간이 필요하다고 하나, 여야가 합의했고 박근혜 후보가 수차례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면서 공약했던 점을 상기하면 궁색한 변명이다. 유통업계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정황으로 미루어 결국 팔이 안으로 굽어 주춤했을 가능성이 크다. 유통법 개정안은 100개가 넘는 경제민주화 법안 중 모든 상임위원회를 통틀어 유일하게 올라온 경제민주화 법안이다. 이마저 깔아뭉갠다면 경제민주화를 할 생각이 없으며 친재벌 친대기업 본색을 거리낌없이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유통법 개정안은 의무휴업일을 지금의 2일 이내에서 3일 이내로 확대하고, 영업금지 시간을 밤 10시~오전 10시로 확대하며, 대규모 점포 개설을 신청할 때 주변상권 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20여개 법안을 조정 통합한 것으로 그나마 최소한의 미흡한 대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조례가 아니라 상위법에 매주 일요일 휴무를 명시하고 점포 개설 때 허가제를 할 것 등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협 하나로마트에 대한 규제도 농수산물 매출 비율을 51%에서 55%로 늘리는 데 그쳐 특혜라는 반발을 샀다.
그런데도 대형유통업체는 자신들은 물론 농어민, 소상공인, 납품업체 등 모두를 괴롭히는 포퓰리즘식 입법이라며 반발했다. 전경련도 유통법이 시행될 경우 농어민과 중소납품업체, 입점업체 등의 피해액이 연간 5조원이 넘을 것이라며 거들기 바빴다. 고사 위기에 내몰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안중에도 없고 최소한의 상생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처사다.
대형마트는 재벌 경제연구소에서조차 250개 정도를 적정수치로 봤지만 지금은 440개에 이른다.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기업형슈퍼마켓까지 파고들어 중소상인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정치권은 응당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영세자영업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살피고 이들이 몰락하면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고민해야 한다. 박 후보는 하루빨리 약속대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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