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09 19:37
수정 : 2005.08.09 19:37
사설
여야가 어제 옛 안기부 및 국정원의 불법도청 테이프 공개와 수사를 위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열린우리당의 특별법은 제3의 민간기구에서 공개와 수사의 범위를 정하고 검찰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고, 한나라당·민주당·민노당·자민련이 함께 낸 특별검사법안은 특검이 테이프의 공개와 수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여야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전례없는 신경전을 벌였다. 이들의 논란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국민의 시선도 두 갈래로 나뉘었다. 그러나 제출된 법안을 보면, 양쪽의 차이란 지극히 보잘 것 없다. 오히려 불법도청 행위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는 처벌하며, 불법도청 내용은 공익과 관련된 부분만을 선별해 공개하고 수사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이론이 없다. 차이는 공개와 수사의 주체 등 방법론에 관한 것뿐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여야가 벌인 토론의 의미를 축소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것이 더 근본적인 정신과 공감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치권은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이번 사건의 성격을 다시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사건의 출발은 국가기관의 불법도청 문제이고, 그 배후에 정치권력이 있었으며, 도청 내용은 정치권력과 재벌·언론 등 국가를 움직이는 자들이 민주적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것이었다. 모든 단계마다 정치권력이 주역으로 개입돼 있다. 따라서 정치권은 이번엔 그 어떤 사안에서보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바로 나의 문제’라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자세만 갖춘다면 수사 주체를 특검으로 할지 검찰로 할지, 혹은 ‘선 검찰 후 특검’으로 할지의 문제나 공개 범위를 누가 정할지의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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