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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22 19:20 수정 : 2012.11.23 08:58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 간에 진행되는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은 시간이 갈수록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감동을 주는 단일화, 가치와 세력이 통합되는 단일화, 과정 자체가 정치혁신이 되는 단일화 등 애초 표방했던 단일화의 방향과 원칙은 이미 빛이 크게 바랬다. 양쪽의 감정싸움은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협상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양 진영의 제안이 조금씩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 후보 쪽은 어제 오후 후보 적합도 50%와 가상대결(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일대일 대결의 지지자를 묻는 방식) 50%를 혼합한 형태의 여론조사를 제안했고, 안 후보 쪽은 어제 밤늦게 ‘후보 지지도+가상대결’ 형태의 방식을 역제안했다. 양쪽의 제안이 모처럼 근접함에 따라 협상의 극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나 아직 결과를 낙관하기는 힘들다.

단일화 방식의 룰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팽팽한 진공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절묘한 접점을 찾는 일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양쪽이 여론조사 문안 하나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진통이 너무 오래 지속되다 보면 태어날 아기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법이다. 이미 유권자들은 단일화 협상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단일화 방식이 결국 여론조사만으로 귀착되는 모습도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동전던지기’ ‘국민적 오락’ 따위의 비아냥이 꼭 맞는 말은 아니지만 여론조사만으로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 정상적인 모습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런 방식으로 후보를 결정했을 때 두 후보의 지지층을 ‘누수’ 없이 모아낼 수 있을지도 매우 의문이다. 그럼에도 여론조사 방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은 시간의 촉박성 등 불가피한 현실적 제약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양 진영이 여론조사 방식 하나 합의하지 못한 채 티격태격만 계속하는 것은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두 후보는 이미 본선 경쟁력에서 많은 손상을 입었다. 예선에서 계속 진흙탕 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본선에서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여기에다 두 후보가 약속한 단일화 시한까지 어긴다면 정권교체의 꿈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두 후보는 행여 후보 등록을 해놓고 단일화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따위의 말은 아예 꺼낼 생각도 하지 말기 바란다. 후보 등록 전 단일화 약속은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지켜야 한다. 두 후보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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