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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엽기검사’에 무개념 총장까지, 검찰개혁 서둘러야 |
하루가 멀다 하고 검찰 추문이 터져나오고 있다. 역대 최고액 뇌물검사가 구속되더니 이번엔 검사실에서 피의자와 성행위를 한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그런가 하면 검찰총장은 테니스 친구인 에스케이그룹 총수의 구형량을 깎아주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하나같이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들이지만, 어찌 보면 무소불위 권력에 안주해 제 허물을 덮어온 공룡 검찰에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이다.
‘엽기검사’ 사건은 검찰 사상 처음 있는 일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는 파렴치의 극치다. 특히 수사권 문제로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져, 경찰이 검찰 비리를 찾느라 촉각을 곤두세우는 시점에 그런 일을 벌인 대담성이 더 충격적이다. 감히 누가 나를 잡겠느냐는 생각에 1억원짜리 수표도 거리낌없이 받아 챙긴 뇌물검사, 수사·기소권을 무기로 벌건 대낮에 피의자와 검사실에서 낯뜨거운 짓을 벌인 엽기검사. 여기에 검찰 전체가 휘청거리는 와중에도 조직보다 친구를 먼저 챙겼다는 의혹을 받는 수뇌부 사례까지 놓고 보면, 총장에서 초임검사에 이르기까지 검찰이 얼마나 기강이 허물어지고 오만해졌는지를 알 수 있다.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 횡령 사건에서 검찰은 논고를 통해 ‘증거인멸’과 ‘위증교사’의 주범이라며 “법 위에 군림하려는 재벌의 모습, ‘리바이어던’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강도 높게 질타해놓고 집행유예가 가능하도록 양형기준 중 최저형량을 구형했다. 논고와 구형량 사이의 괴리는 “서울중앙지검은 7년 이상을 구형하려 했는데 대검에서 낮췄다”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일 가능성을 강력히 뒷받침해주고 있다.
검찰이 뒤늦게 개혁 방안을 논의중이라지만 그간 검찰을 망쳐온 권재진 법무장관-한상대 총장 체제의 퇴진 없는 개혁 논의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또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것인지 검찰 스스로 자성하는 절차가 꼭 필요하다. 현 정권 들어 노골화된 정치검찰과 인사특혜, 권력유착 행태부터 스스로 냉철하게 돌아보는 게 기본이다. 황당한 권력편향 수사마다 무죄가 선고됐는데도 버젓이 영전하는 일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조직이 정상일 수 없다. 권력과의 짬짜미(담합)로 막강한 권한을 누려온 업보가 도덕성 붕괴와 비리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뇌물검사, 엽기검사, 무개념총장이 모두 검찰의 적나라한 생얼굴인 것이다.
정치권 역시 곧바로 검찰개혁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검찰개혁을 강조해온 야권이 이 문제를 방관하다시피 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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