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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26 19:13 수정 : 2012.11.26 19:13

검찰이 바빠졌다. 검찰총장은 대검 간부 토론회와 검사장회의, 일선 검사들은 지검별 검사회의를 열어 최근의 사태를 논의하고 있다. 검찰 조직 전체가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다는 건 일단 긍정적으로 봐줄 만하다. 그러나 오간 대화 내용을 보면 이들이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거대한 해일이 몰려오고 있는데 한가하게 배 고치고 어망 손질하는 어부들처럼 국민과의 인식차가 커 보인다. 그제 대검 과장급 이상 간부 토론회에서 검찰개혁 방안을 포함해 모든 현안을 논의했다면서도 총장 퇴진에는 부정적 의견이 대부분이었다는 검찰 발표가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일련의 최근 사태가 일부 문제 검사들의 일탈이나 검찰총장의 부적절한 처신 등에서 빚어진 것으로 보면 큰 오산이다. 그 뿌리에는 검찰 조직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최근 에스케이그룹 횡령 사건 구형량 축소 논란 등과 관련해 한상대 검찰총장 퇴진론과 함께 몇몇 검찰개혁 방안이 검찰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다. 권재진 법무장관-한상대 총장 체제의 퇴진은 최근의 비리가 아니더라도 일찍이 이뤄졌어야 할 일이다. 비대한 검찰 조직을 손보기 위한 수사권 축소나 대검 중수부 폐지 등도 이제 더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검찰의 환골탈태를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디부터 잘못됐는지 검찰 내부에서 구체적이고도 철저한 자기성찰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검찰 수사가 정치권력·재벌권력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해 제대로 행사돼 왔는지 의심이 드는 경우도 많다”고 한 서울남부지검 윤대해 검사의 말처럼, 검찰의 잘못에 대해 구체적이고도 치열한 내부 토론이 있어야 한다. 책임 소재와 원인을 스스로 밝히기 위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거나, 간부토론회에서 나온 제안처럼 ‘잘못된 수사’ 백서를 발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잘못을 공식적·공개적으로 도려내는 과감한 자정 절차 없이는 단순히 총장 바꾸고 조직 바꾼다고 해서 절대로 검찰이 바뀌지 않는다.

검사회의에 참가하는 소장검사들은 10년 전 노무현 정부 초기 ‘검사와의 대화’ 장면을 되새겨보기 바란다. 오만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외쳐대던 소장검사들이 ‘인사권’을 앞세운 현 정권의 길들이기에 어떻게 순치돼 갔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거기에서 오늘날 검찰 위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면, 이제 필요한 건 다시 소장검사들의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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