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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낙제점 받은 ‘종편 1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
새달 1일로 개국 1년을 맞는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티브이조선> <제이티비시> <채널에이> <엠비엔> 4개사의 1년간 평균 시청률(티엔엠에스 기준)은 0.4~0.5%에 그쳐, 지상파 3사의 5~8%를 크게 밑돌았다. 반면 재방송 비율은 50%를 넘어 지상파의 10%대보다 훨씬 높았다. 지상파에 견줘 경쟁력을 갖춘 프로그램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정부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종편 의무송신, 지상파에 인접한 10번대 ‘황금채널’ 배정, 국내 제작 프로그램 의무편성 비율 축소 등 갖은 특혜를 줬는데도 한마디로 죽을 쑨 것이다.
그 결과, 정부가 사회적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인 정책 목표도 참담한 실패로 드러났다. 지난해 종편이 출범했을 때 정부는 여론 다양성 확대, 일자리 창출, 방송·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장밋빛 목표를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떠들어댔다. 방송시장 규모는 1조6000억원 늘어나고, 생산유발효과가 2조9000억원에 이르며, 취업유발효과도 2만1000명이 될 것이라는 수치도 제시했다. 하지만 종편의 저조한 성적은 정부가 거짓말쟁이에 불과했음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고용지표만 봐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종편 4사의 직원은 1300여명에 그쳤다.
반면에 종편이 보수적 편향성이나 선정성을 강화해 여론시장을 왜곡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티브이조선>이 엊그제 서울 공평동 안철수 캠프 옆의 건물 옥상에서 2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안철수 사퇴’에 항의하는 투신 소동을 벌인 것을 1시간 동안 생중계한 것은 단적인 사례다. 공정성은 물론이고 언론의 기본윤리마저 망각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실패는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종편을 방송정책이 아닌 ‘정치’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근본 원인이다. 정부는 방송 진출을 원하는 보수 신문사에 방송사를 안기는 데 급급했다. 지상파와 케이블 등 채널이 넘쳐나고 광고시장도 급팽창하기 쉽지 않은 방송산업의 현실은 도외시했다. 종편 역시 전파를 내보내기만 하면 ‘황금알’을 낳을 것이라 착각하며 차별성과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의 제작에 소홀했다.
이제는 종편의 1년 성적표를 토대로 종편 정책을 차분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종편이 교란한 미디어 생태계 질서를 바로잡는 일이다. 종편에 부여한 온갖 특혜를 걷어내고, 공공 자산인 전파를 사용할 만한 책임성을 갖췄는지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 이는 18대 대선으로 출범하는 새 정부와 19대 국회가 수행해야 할 핵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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