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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근혜 후보, 엠비정권에 대한 입장 분명히 밝혀야 |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쪽이 상대방을 과거 프레임으로 몰아가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와중에 박정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만 난무할 뿐 지난 5년간 국정을 맡아온 이명박 정권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 후보는 어제 충남 유세에서 문 후보를 ‘실패한 과거 정권의 최고 핵심 실세’라고 몰아붙이면서 노무현 정부에 대해 “국민들 죽어가게 만들면서 밤낮 선동하고 편을 갈랐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엊그제 부산 유세에서 “5·16 군사쿠데타, 유신독재 세력의 잔재를 대표하는 박근혜 후보가 독재를 찬양하고 미화한 역사인식으로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선거전이 현 정권에 대한 평가와 이를 근거로 한 미래 비전 제시로 나아가지 못하고 이처럼 지난 정권들에서 맴도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대선이나 총선 같은 큰 선거는 국정을 담당하고 있는 현 정권에 대한 평가가 기본이다. 과거 정권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지만 다음 정권의 운영 방향을 얘기하려면 현 정권에 대한 평가가 먼저다.
박 후보가 현 정권에 대해 보이는 태도는 모호하기 짝이 없다. 박 후보는 겉으로는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하는 듯하면서도 실제로 뭐가 다른지 뚜렷이 언급한 적이 없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와 한 배를 타고 있는 듯하다. 박 후보는 세종시특별법 처리 때만 명백한 반대 뜻을 밝혔을 뿐 4대강 사업이나 미디어법 강행 처리 등을 사실상 방관했다. 경제민주화 문제도 최근 들어 다시 현 정부의 정책으로 뒷걸음질쳤다.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 해임 문제와 내곡동 사저 특검 기간 연장 등을 둘러싸고는 이 대통령과 정치적 동반자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역대 집권 여당의 후보는 정권의 주요 사업이나 정책에 대해 잘잘못을 따져 승계 여부를 밝히곤 했다. 무조건 차별화를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박 후보는 현 정권의 4대강 사업, 감세 등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 방송장악 등 언론정책, 대북정책 등 외교안보정책, 이 대통령 일가의 비리 의혹 처리 방향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문 후보 역시 선거전이 본격화됐는데도 박정희 정권 얘기만 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현 정권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이를 근거로 한 차별화된 미래 정책을 제시하는 게 급선무다. 두 후보는 박정희, 노무현 정권 비판에 매몰될 게 아니라 지금의 문제를 명확히 정리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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