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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찬호가 남긴 꿈과 도전정신 |
만 39살의 프로야구 선수 박찬호(한화)가 어제 은퇴를 했다. 야구를 시작한 지 30년,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한 지 19년 만이다. 그중 17년을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들이 겨루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보냈다. 그는 은퇴 기자회견에서 “나는 한국 야구 최고의 행운아”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행운이 피나는 노력 없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그는 행운아이기 전에 도전자였고 성취자였다. 그의 ‘아름다운 은퇴’에 박수를 보낸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된 그는 메이저리그 통산 476경기에 출전해 124승 98패,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했다. 124승은 동양 선수가 거둔 최다승이다. 앞으로 쉽게 깨지지 않을 대기록이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그가 던지는 공 하나하나는 주눅이 들어 있던 국민을 일으켜 세우는 꿈과 희망이었다. 그의 활약은 류현진 같은 젊은 선수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고, 한국 야구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디딤돌 노릇도 했다.
그는 선수 생활 마지막 2년을 일본과 한국에서 마무리했다. 잦은 부상과 나이로 전성기 때의 기량은 발휘하지 못했지만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까지 도전정신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올해 한국 프로야구에 복귀해서는 겸허하고 성실한 자세로 역투하며 프로야구 관중 700만 시대를 여는 주역이 됐다.
그는 앞으로 야구 행정과 경영, 운영 등을 공부해 야구 경영자나 지도자의 길을 걷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2의 도전을 선언한 셈이다. 운동선수로서의 길이 그랬듯이, 불굴의 노력과 도전정신으로 한국 야구뿐 아니라 스포츠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길 기대한다. 화려한 운동선수에서 은퇴했다고 느슨하고 흐트러진 생활을 해선 안 될 것이다. 많은 젊은이가 여기저기서 그를 본보기로 삼아 정진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박찬호의 은퇴는 메이저리거 1세대의 퇴장을 뜻한다. 이제 그의 도전정신과 못다 이룬 꿈을 이어받아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건 젊은 세대의 몫이다. 박찬호를 능가하는 많은 ‘제2의 박찬호’의 탄생이야말로 그에 대한 최고의 보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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