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양자토론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 |
올해 18대 대선처럼 후보들의 텔레비전 토론회가 실종된 선거도 일찍이 없었다. 선관위가 주최하는 법정토론회는 진행 방식에서부터 이미 맥빠진 결과를 예고하고 있다. 관심의 초점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양자토론은 박 후보 쪽의 거부로 성사 가능성이 작아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유권자들이 제대로 된 토론회 한번 보지 못하고 투표장으로 향할 형편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까지 3명이 참가하는 선관위 주최 법정토론회는 유력 후보인 박-문 두 후보를 꼼꼼히 비교평가하고 싶은 유권자들의 기대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한다. 게다가 선관위는 토론 진행 방식도 소주제를 놓고 한번씩 묻고 한번씩 답하는 형식을 택했다고 한다. 반론과 재반론 등의 기회가 없으니 싱겁기 짝이 없는 ‘무늬만 토론회’가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박 후보에게 야당 후보들의 질문이 몰리는 것을 막으려는 선관위의 ‘배려’가 토론회를 더욱 유명무실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선관위 주최 법정토론회 진행 방식도 당연히 바꿔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박근혜-문재인 두 사람의 토론 맞대결이다. 애초 박 후보 쪽은 문재인·안철수 후보와의 3자 토론 제안을 야권의 후보 정리가 안 됐다는 이유로 거부하면서 “우리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는데 야권은 아직 페넌트레이스를 하고 있다. 야권의 가닥이 잡히면 무슨 토론이든 다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막상 야권의 한국시리즈 진출자가 결정되자 또다시 말을 바꿔 경기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 박 후보 쪽은 ‘빡빡한 유세 일정’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설득력이 없는 군색한 핑계일 뿐이다. 거리유세 등의 일방적 홍보보다 유권자들이 절실히 보고 싶어하는 것은 유력후보들끼리의 치열한 토론이다. 설사 유세 일정이 바쁘다고 해도 밤에 토론회를 하지 못할 만큼 틈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박 후보 쪽이 양자토론을 기피하는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대로 가면 승리할 것 같은데 굳이 모험을 하지 않겠다는 ‘부자 몸조심’이다. 토론에 대한 자신감 결여도 양자토론을 기피하는 한 원인일 것이다. 텔레비전 토론이 민주주의 선거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등은 눈감고 오직 선거 유불리만 따지고 있는 모습이다.
양자토론을 통해 유권자에게 정확한 비교검증과 판단의 기회를 주는 것은 후보들의 선택사항이 아니라 의무다. 더욱이 이 시대의 화두는 소통이다. 토론은 기피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하고 다니는 후보가 과연 국정 최고책임자의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