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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근혜·문재인, 검찰개혁 합의안 만들라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어제 나란히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곪을 대로 곪은 검찰의 환부를 철저히 도려내라는 국민적 요구에 화답한 것이다. 두 후보의 발표는 검찰개혁이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당위이자 18대 대선의 핵심 화두임을 잘 드러내준다.
두 후보의 방안을 보면, 검찰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개혁 방향에서 겹치는 대목이 적지 않다. 대검 중수부 폐지, 검찰 수사기능의 축소·제한을 원칙으로 한 검경 수사권 조정, 인사제도 개선 등이 그것이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한을 축소하고 정치권으로부터 중립성을 유지시키는 것이 개혁의 요체임을 인식한 결과다.
그러나 구체적 방안에선 차이점도 드러난다. 대검 중수부의 대안으로 박 후보는 상설특검제를, 문 후보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주장한다.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놓고도 박 후보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기능 실질화와 국회 청문회 권한 강화를 약속한 반면, 문 후보는 외부 인사가 과반을 차지하는 독립적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제시했다. 문 후보가 더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양쪽의 차이가 ‘구동존이’를 불가능하게 할 만큼 커다란 틈새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문제는 진정성과 실천의지다. 두 사람은 검찰개혁을 대선 이후로 미뤄서는 안 된다. ‘쇠는 달궈졌을 때 두드려라’는 말처럼 온 국민이 검찰개혁을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을 때 구체적 행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검찰이 지금은 거센 여론에 밀려 납작 엎드려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조직적 저항에 나설 게 뻔하다. 후보 자신도 대선에서 승리하고 나면 검찰을 수족처럼 부리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
특히 박 후보에게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한다. 박 후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검 중수부 폐지에 반대하는 등 상대적으로 검찰개혁에 소극적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이 검찰개혁의 원인 제공자인 한상대 검찰총장과 권재진 법무부 장관을 감싸며 ‘정치·특권·비리 검찰’ 견제를 외면해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박 후보와 새누리당은 이런 ‘과거’에 대해 별다른 자기반성이 없는 상태다. 박 후보의 검찰개혁 약속이 급한 소나기를 피하고 보려는 속내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박 후보와 문 후보는 조속한 시일 안에 만나 검찰개혁 의지를 확인하고 국민에게 함께 밝힐 필요가 있다. 이 자리에서 공통의 개혁안을 이끌어낸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그러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방안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그 차이점을 확인하는 것만도 의미가 상당하다. 이 과정을 통해 국민은 두 사람의 검찰개혁 태도를 판단할 수 있다. 동시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국회 차원의 협의기구를 구성해 바로 검찰개혁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 새누리당이 제안한 정치쇄신실천협의기구도 논의의 장이 될 수 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쇠는 달궈졌을 때 두드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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