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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기의 교토의정서 체제와 지구의 위기 |
지구 온도가 2도 오른다면? 물 공급이 30% 감소하고, 농작물 생산이 대폭 줄어들며, 아프리카인 6000만명이 말라리아에 노출되는 등 전염병이 급증하며, 양서류를 포함해 동식물 20~30%가 멸종 위기에 몰린다. 빙하가 대규모로 녹으면서 영구동토층에서 메탄이 방출되기 시작한다. 메탄은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강력하다. 그 때문에 지구 온도는 더 빠르게 상승하고, 동토층의 빙하도 더 빨리 녹고, 메탄도 더 많이 배출된다….
2010년 세계 190개국이 금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내로 설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2도 상승을 지구 기후변화를 돌이킬 수 없게 만드는 임계점으로 본 것이다.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이미 0.8도 올랐다. 하지만 지금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30년 뒤면 2도, 2060년엔 4도, 금세기 말에는 6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세계은행은 내다본다.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모두 이행해도 금세기 말엔 산업화 이전 대비 4도 이상 올라간다는 보고도 있다. 지구의 파국적 상황은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오늘 우리의 문제다.
하지만 지구인들은 생명의 보금자리의 위기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어렵사리 교토의정서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을 출발시켰지만, 그 낮은 수준의 합의에도 지구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불참했다. 그 교토의정서 1차 공약 기간이 올해 말로 끝나지만, 2차 공약에 대한 합의는 표류하고 있다. 세계인의 시선이 카타르 도하에서 오늘부터 열리는 1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 고위급회의(본협상)에 쏠리는 까닭이다.
이미 미국은 물론 일본·러시아 등이 2차 공약에 불참을 선언한 터여서 한계가 있지만, 그렇다고 새 기후변화체제가 출발하는 2020년까지 8년 동안 모두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감축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도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도보다 3% 늘었고, 올해는 2.6% 늘 것(국제기후환경연구소)이라고 한다. 벼랑을 향해 폭주하는 지구인에 대해 누군가는 소리 높여 경고도 하고, 또 행동에 나서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 온실가스를 쏟아낸 미국·일본 등 선진국이 앞장서야 한다. 그렇다고 현재 배출량 1, 3, 4위인 중국, 인도, 러시아 등 개도국도 뒷짐지고 있어선 안 된다. 배출량 8위이고, 1인당 탄소배출량에선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번 회의가 질식 직전의 교토의정서 체제를 살리고, 새 기후변화체제 출범에 산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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