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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경련, 경제민주화 뿌리뽑기에 나섰나 |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어제 ‘경제민주화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자료집을 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인 재벌개혁과 복지확대 요구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줄푸세’로 돌아갈 것을 주장했다. 군데군데 통계수치를 왜곡한 강변도 어처구니없지만, 새누리당이 재벌개혁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득권 옹호에 나서는 모습이 개탄스럽다.
전경련은 온국민이 체감하고 있는 심각한 양극화 현상조차 부인한다. 양극화 지표가 개선됐지만 그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저성장 추세가 누적된 결과라고 주장한다. 결국 성장만이 살길이니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고 복지는 뒤로 미뤄야 한다는 이야기다. 경제가 어려운데 기업에 대한 사회 분위기마저 부정적이 되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경제사막화론에서 한 걸음 더 나가 아예 반경제민주화 깃발을 치켜든 것이다.
전경련이 중산층이 몰락하고 서민들은 삶의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이 절박한 현실을 부정하려 드는 것은 재벌이 양극화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재벌은 규제완화와 부자감세로 사상 최대의 수익을 내고 있는 반면 중소·영세기업들은 생존 위기에 처해 있다. 재벌기업들이 문어발식 확장으로 영세자영업자들의 밥그릇까지 침범하고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결과다. 또한 복지 시스템이 구축되지 못했고 사회서비스 분야에 투자가 되지 않음으로써 자영업은 실패 확률이 높은 전장이 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만 해도 한국처럼 불공평하고 착취적인 나라가 없다.
전경련이 공공연히 반경제민주화 여론몰이에 나선 것은 새누리당이 회초리를 슬그머니 내린 것과 무관하지 않다.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론자인 김종인 박사를 영입해 당 정강에 경제민주화를 명문화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지난달 발표한 공약을 보면 그 모든 소동은 눈가림에 지나지 않았다. 대기업집단법 제정과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등 알맹이가 쏙 빠진 것이다. 말 그대로 짝퉁 경제민주화로 친재벌 정당인 새누리당의 태생적 한계를 드러냈다. 그것은 새누리당이 현재까지 100개 이상 제출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가운데 단 하나도 통과시키지 않은 데서도 확인된다. 유일하게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조차 법사위에서 미루고 있어 언제 처리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경제민주화는 반기업도 대기업 죽이기도 아니며 압축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문제를 바로잡아 공정경제와 동반성장의 토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전경련이 동반성장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이나마 가지고 있다면 이렇듯 막무가내로 반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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