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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2.04 19:13 수정 : 2012.12.04 19:13

삼성중공업 예인선이 허베이스피리트호를 들이받아 원유 1만4000㎘가 충남 태안해안국립공원 해안선을 뒤덮은 지 7일로 5년째다. 그사이 태안 일대의 수산물 위탁판매 규모는 절반으로 줄었고, 관광객은 3분의 1로 줄었다. 생활고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가 4명이나 되며, 해안선 인근 주민들은 호흡기질환, 알레르기, 고혈압, 당뇨,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가해자의 책임회피, 정부의 무관심 속에 주민들은 시들어가고 있다.

엊그제 기름유출 피해지역 주민 4500여명(경찰 추산)이 서울 서초동 삼성중공업 사옥 앞에서 격렬하게 항의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던 까닭이다. 삼성중공업은 염치없게도, 손해배상 책임을 50억원으로 제한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56억원 책임 판결을 받아냈다. 정부는 딴청을 부리고 사법부는 한통속이었으니 삼성으로선 눈치볼 게 없었다. 기름 제거에 나섰던 수백만 국민의 눈총이 따가웠던지 뒤늦게 발전기금 1000억원을 약속했을 뿐이다. 주민이 요구한 5000억원이나, 실질적 피해 규모에 비하며 초라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다른 나라 유류사고 때의 배상 규모와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2010년 4월 일어난 멕시코만 유정 폭발사고에 대해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그동안 기름띠 제거 등 환경복구에 140억달러를 투입했고, 개인과 정부 그리고 기관에 지급한 배상금이 90억달러에 이르렀다. 지난달 15일엔 미국 연방정부와 45억달러의 형사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4년간 환경 및 윤리 모니터링을 계속해 문제가 발견될 경우 최대 200억달러 이상을 더 투입하기로 했다. 모두 합치면 50조원이 넘는다.

그 배경엔 미국 연방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있었다. 형사합의 뒤에도 미 환경보호청은 비피가 사고 처리에 여전히 불성실하다며, ‘연방정부 기준을 충족시킨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까지’ 연방정부와 신규계약을 맺지 못하도록 했다. 우리 정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삼성은 이후에도 굵직한 국책사업을 수주했다.

정부가 손 놓고 있다 보니, 국회가 나서서 피해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멍석을 깔아주는 것뿐이다.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원칙은 오염자 복구 및 배상이다. 정부가 부도덕한 기업에 대해 입찰 규제 등의 조처를 취했다면, 삼성이 피해 복구와 배상, 역학조사 및 유관 질병 치료 등을 기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삼성중공업도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법적 윤리적 책임을 다하기 바란다. 최소한 피해자들이 예전만큼 먹고살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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