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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2.05 19:13 수정 : 2012.12.05 20:29

중앙선관위 주관으로 4일 밤 열린 18대 대선 첫 후보 텔레비전 토론회는 예상했던 대로 낙제점 이하였다. 주요 정책과 쟁점에 대한 제대로 된 공방은 없이 2시간 내내 겉핥기식 질문과 답변만이 이어졌다. 한마디로 후보 검증의 변별력을 상실한 맥빠진 토론회였다.

3자 토론의 성격상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지만 토론회 진행 방식마저 최악이었다. 후보 간 상호토론 방식 등을 채택하기는 했으나 질문 1분, 답변 1분30초 등으로 시간을 제한하다 보니 깊이있는 토론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반론과 재반론 등의 기회도 없이 정해진 짧은 시간 안에 묻고 답하느라 바빴다. 한 후보가 동문서답식 답변을 하거나 자기 말만 늘어놓아도 다른 쪽에서는 손을 써볼 수도 없었다.

새누리당과 일부 보수언론 등에서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독설 공세’ 등을 비판하고 나섰지만 그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이 후보가 거친 토론 방식을 펼치지 않았다고 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국회의원 5명 이상을 가진 정당의 후보를 텔레비전 토론에 동등하게 참여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규정을 고치지 않는 한 이런 일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결국 해법은 법정 토론회와는 별도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양자토론을 마련하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 두 차례 남은 토론회 진행방식도 크게 손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질문과 재질문, 반박과 재반박 등이 최대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만 3자 토론 방식의 법정 토론회는 박-문 두 후보의 맞짱토론을 보고 싶어하는 유권자의 갈증을 풀어주기에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겉으로는 이정희 후보의 토론회 참가와 토론 태도를 비판하면서도 속마음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이 후보의 거친 토론 방식이 오히려 보수층 결집의 효과를 거두었다고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듯하다. 박 후보의 핵심 측근인 이정현 공보단장은 “이 후보가 계속 나오면 문 후보의 존재감이 없어져 우리로서는 나쁠 게 없다”며 “(방송사가 주최하는 양자토론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겉 다르고 속 다른 태도다.

유력 대선주자 두 명이 상대방의 질문을 받아적을 메모지만 놓고 진검승부를 벌이는 미국 대선토론회를 한국의 유권자들은 언제까지 부러워하고만 있어야 하는가. 박-문 두 후보의 양자토론은 선거라는 축제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이자 서비스다. 박 후보 쪽은 정정당당히 양자토론에 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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