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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엠비노믹스+줄푸세가 초래한 낙제점 성장률 |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1% 성장에 그쳤다고 한다. 3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이 예상한 올해 2.4% 성장률 달성이 힘들 뿐만 아니라 장기불황마저 우려된다. 3분기 경기 부진은 투자와 소비 등이 회복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 탓인데, 4분기 역시 그리 나아질 것이 없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지난해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3.1%로 올해까지 더하면 3%에도 못 미치는 낙제점이 될 게 확실시된다. 호기롭게 내세웠던 7% 성장의 반토막도 안 될 뿐 아니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싸잡아 공격했던 참여정부의 실적 4.3%에도 한참 못 미친다.
성장률이 하락한 데는 세계경제의 침체 영향도 있지만 정부가 경제운용을 잘못한 탓이 크다. 예상보다 심화됐다는 투자 부진이 그것을 말해준다. 규제를 완화하고 감세를 해주면 투자가 늘어나서 성장이 이뤄지고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게 이른바 엠비노믹스의 골간이다. 감세정책으로 부자와 재벌들이 수십조원의 세금을 돌려받았지만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다. 무리하게 고집한 고환율 정책은 수출 대기업의 주머니만 불리고 서민들은 고물가의 고통을 겪게 만들었다. 국민 대다수의 실질소득은 줄어들고 가계빚이 크게 느는 바람에 내수마저 시들해졌다.
‘줄푸세’로 감세와 규제완화 입법을 주도한 여당의 책임 또한 크다. 현 정부뿐 아니라 새누리당에 민생 실패의 책임을 준엄하게 물어야 할 이유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근래 들어 “이명박 정부도 양적 성장을 중시하는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해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놓았다”며 거리두기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집권여당의 대주주로서 정부 정책을 추인해온 책임을 벗으려는 얄팍한 수에 지나지 않는다. 새누리당의 과오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정책 차별화가 이뤄져야 한다.
저성장이 우려되자 재계를 중심으로 성장우선론이 고개를 드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새누리당도 투트랙이라는 명분으로 성장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양인데, 인위적인 경기부양과 성장 드라이브 정책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오히려 경제의 기초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게 과제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혁신역량을 높여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재벌개혁과 복지확대로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도 저소득 계층에게 사회적 지출을 집중하면 소득 불균형이 해소되고 생산성이 높아지며,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면 향후 10년간 연평균 1.1%의 성장률 상승 효과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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