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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교육 유착·색깔공세, 문용린 후보 자질 있나 |
선거벽보 속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 인상은 누구보다 따듯하고 온화하다. 하지만 공식 선거운동 며칠 만에 드러난 맨얼굴은 딴판이다. 사교육 업체와의 깊은 유착관계나 저질 색깔공세까지, 교육감 후보로서의 기본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다.
엊그제 선관위 주최 토론회에서 그는 이수호 후보를 친북좌파로 몰아세우며, 학교교육이 이들에 의해 침해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이 후보가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썼다는 글 중에 “친북좌파 세력의 조직이 전교조요 민주노총이고 민주노동당이다”라는 대목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글 내용은 “(한나라당 분류에 따르면)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충심으로 애쓰는 모든 이들, 자본이나 부당한 권력에 짓밟힌 노동자나 민중, 그들과 함께하는 자 모두 좌파세력”이라는 게 고작이었다. ‘한나라당 아니면 친북좌파’라는 유치한 이분법을 따진 것인데, 이를 두고 친북좌파임을 인정했다고 한 것이다.
이 문제를 굳이 거론하는 까닭은, 문용린 후보가 삼척동자도 할 수 없는 실수를 한 것이라면 교육자로서 능력을 의심해야 하고, 고의로 왜곡한 것이라면 그 자질을 의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색깔론이라면, 그는 교육이 아니라 정치판으로 가야 했다. 출마 직전까지 새누리당 선대위 고위 간부였던 터라, 이번 선거의 정치적 오염을 우려했는데, 걱정이 현실이 된 것이다.
국내 최대 사교육 업체인 대교그룹과의 거미줄 관계는 검은 유착을 의심할 정도다. 그는 그룹 산하 대교문화재단 이사, 대교가 설립을 지원한 세이프키즈코리아 공동대표, 경기외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봉암학원 이사, 드림멘토와 진로상담센터 책임연구자 등을 지냈다. 그런 관계 때문인지 그는 대교그룹의 골프장 1억5000여만원짜리 회원권도 갖고 있고, 대교가 발주한 수천만원짜리 연구용역도 맡곤 했다고 한다. 불법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특목고나 자사고 설립·감독권자이자, 사교육 업체를 지도·감독할 교육감 후보자로서 있어서는 안 될 관계다.
사교육 업체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무이자로 무기한 빌렸고, 자사고 설립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금융지주로부터도 돈을 받았다는 공정택 전 교육감이 떠오른 것은 이런 까닭이다. 그러나 엊그제 토론회에서 그는 이런 지적을 대충 뭉개고 넘어갔다. 그러면서도 색깔론을 들이댔으니, 도덕적 불감증이 한계를 넘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솔직하게 문제를 시인하고, 밝힐 것은 밝히고, 사과할 것은 사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언감생심 교육감직을 넘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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