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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누리당, 누굴 보고 ‘구태정치’라 나무라는가 |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새누리당이 총공세에 나섰다. 박근혜 후보까지 직접 나서서 “생각과 이념, 목표가 다른 사람들이 오직 정권을 잡기 위해 모이는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의 최측근인 이정현 공보단장의 비판은 거의 막말 수준이다. “안철수씨는 정치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권력, 자리, 명예, 그리고 안랩의 주가 상승”이라는 따위의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어차피 상대방에 대한 무차별 공격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 선거판 싸움터에서 박 후보 쪽의 날선 공세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떼논 당상이라고 여겼던 대선 승리가 불확실해지면서 박 후보 진영이 느낄 초조감과 당혹감도 충분히 짐작이 된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인정해도 박 후보 쪽의 공격은 논리적 설득력을 상실했다.
우선, 묻지마식 세 불리기와 사람 끌어모으기를 구태정치의 표본이라고 규정한다면 박 후보를 따를 후보가 없다. 김영삼, 김종필, 이회창, 이인제, 이재오, 박세일, 한화갑…. 박 후보의 세 불리기는 역대 보수정당 후보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그동안 박 후보와 ‘생각과 목표’가 다른 인물들, 정치적 대척관계에 서서 으르렁거리던 사람들까지 대거 끌어들였다. 그것도 대부분 구태정치로 질타받던 ‘철 지난 거물급들’이다.
안철수 전 후보가 ‘새정치’의 아이콘이라는 점은 새누리당 자신도 인정해온 바다. 심지어 안 후보가 사퇴한 이후에는 한동안 ‘안철수 정신’을 칭송하기에도 바빴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안철수 연대는 ‘새정치’와 ‘정권교체’라는 명확한 시대정신과 대의명분을 갖고 있다. 여기에 비하면 박근혜 후보와 ‘올드보이들’의 연대에서는 어떤 시대정신도 발견하기 힘들다.
게다가 박 후보 지지 대열에 합류한 정치인들의 발언을 보면 우리 정치를 다시 ‘그들의 시대’로 후퇴시키고 있다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민주당은 전라도에선 표만 필요하지 전라도에 베푼 것이 없다”는 따위의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좋은 예다. 이 땅에서 영원히 추방해야 할 지역감정 조장 발언까지 남발하는 것이 과연 박 후보가 추구하는 새정치의 본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새누리당은 어차피 문-안 연대 세력과 한판 대결을 벌여야 할 처지다. 그렇다면 설득력 없는 낡은 비방 공세에 힘을 쏟지 말고 우리의 미래를 놓고 제대로 된 경쟁을 벌이기 바란다. 특히 정치적 상황에 따라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비판과 칭송을 널뛰기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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