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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말·혼탁 선거 유권자가 심판해야 |
대선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 속에서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막말·혼탁 양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실을 교묘히 왜곡하거나 지역 정서를 자극하는 막말 등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이롭게 하려는 것인데,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는 양상이다.
박근혜 후보 진영의 이정현 캠프 공보단장은 어제 문재인 후보의 국민정당 추진 방침을 두고 “문재인 신당엔 호남은 없다. ‘호남팽’이다. 문재인, 안철수 두 분이 다 어디 분들인가. 한마디로 ‘부산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의 출신 지역을 들어 특정 지역 정서를 자극하려 드는 것은 지역감정을 조장하려는 막말이다. 박 후보 지지를 선언한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전라도가 자꾸 민주당을 밀어주면 전라도는 민주당 식민지로 남을 것”이라고 한 것도 이 범주에 속한다. 김중태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이 “문재인 후보가 낙선하면 봉하마을 부엉이 귀신 따라 저세상에 갈까 걱정”이라고 한 것은 스스로 국민대통합을 할 자격이 없음을 드러낸 막말이다. 김 부위원장은 이 발언을 사과하는 보도자료에선 문재인 후보 이름을 ‘문제인’으로 잘못 쓰는 결례까지 범했다. 정치판의 물을 흐리는 자격 미달 행태일 따름이다.
민주당의 진성준 대변인이 최근 박근혜 후보의 의상을 두고 “3년간 133벌의 여성 정장을 입었다고 한다. 옷값이 최소 1억9950만원에 달한다”고 한 것도 명확한 근거 없이 일단 지르고 보자는 폄훼 발언에 속한다.
광화문 유세 사진 조작 논란은 막판 혼탁 양상의 대표적 사례다. 지난 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박 후보 유세를 촬영한 사진이 인원이 더 많은 것으로 조작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널리 퍼졌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서로 상대방 책임인 양 공방을 벌였는데, 에스엔에스상에선 이처럼 누가 했는지도 불분명한 자료들이 조작되고 과장된 채 유포되기 일쑤다. 위법 사실이 발견될 경우 관련 기관들이 적법한 조처를 해야 하고, 네티즌 스스로 근거가 불분명한 자료나 주장에 현혹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선거가 막판 대접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어느 쪽이든 막말과 저질·혼탁 공세에 의존하려는 유혹을 받기 십상이다. 선거 막판 이런 저질 공세는 만회할 틈도 없이 일방적으로 한쪽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유권자가 눈을 똑바로 치켜뜨고 옥석을 가려야 한다. 막말·저질 공세에 대해서는 표로 심판하고야 말겠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다듬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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