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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공사의 대성산업 ‘특혜성 지원’ 안 된다 |
정책금융공사가 부도 위기에 몰린 대성산업에 4000억원을 대출해줄 계획이라고 한다. 에너지·건설이 주력인 대성산업은 재계 40위의 대기업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에 무리하게 나섰다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정책금융공사는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주업무여서, 대성산업에 대한 거액의 자금지원은 특혜라고 지적될 만하다.
대성산업은 앞서 채권 은행들에 자금지원을 요청했으나 모두 불응했다고 한다. 가장 많은 3000억원의 빚을 내준 산업은행도 추가 여신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은행들이 나서길 꺼리는데 정책금융공사가 선뜻 구조조정을 돕겠다고 나선 건 이해하기 어렵다. 정책금융공사는 대성산업의 열병합발전소에 대해서도 1조원의 지급보증을 했다. 지난해 정책금융공사의 연간 자금지원 총액이 11조5000억원이었으니, 전체 지원액의 10%가 넘는 금액을 대성산업 구조조정에 투입하는 꼴이다.
정책금융공사는 대성산업에 대한 지원이 지원 대상인 지속가능 성장 산업에 해당하며, 부실징후 기업에 대한 사전적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에 운전자금을 지원해주는 차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부동산 사업에 투자했다가 위기에 몰린 대기업의 회생을 위해 공적자금이 쓰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주채권은행이 아닌 정책금융공사가 사전적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도 수긍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렇게 흘러간 데는 산업은행 탓도 없지 않다. 자금지원을 받지 못하면 대성산업은 워크아웃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대주주로선 극력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이런 대성산업에 대해 산업은행은 냉정한 판단을 하는 대신 만만한 정책금융공사에 부담을 떠넘기는 쪽을 선택했다.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의 민영화 추진에 따라, 2009년 정책금융 기능 등을 떼어내 설립한 공공기관으로 산업은행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대성산업과 산업은행, 정책금융공사의 3각 모럴해저드 합작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대성산업 김영대 회장의 동생인 김성주씨가 지난 10월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에 취임할 무렵 대성산업을 비롯한 관련주가 이른바 박근혜 테마주로 불리며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적이 있다. 김씨는 대성산업의 주주이기도 하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인지 몰라도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논란은 정경분리 원칙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금융당국은 대출의 적정성을 엄정히 따져 조처하기 바란다. 자구노력과 대주주의 자기희생이 전제되지 않은 특혜성 지원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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