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10 20:16
수정 : 2005.08.10 20:16
사설
형제 사이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하나씩 벗겨지고 있는 두산그룹의 이면은 국민을 씁쓸하게 한다. 재벌체제의 불합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박용오 전 회장 쪽의 폭로로 제기된 비자금 조성 의혹과, 두산산업개발(옛 두산건설)의 대규모 분식회계에 이어, 이번에는 총수 일가가 두산산업개발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 대출한 돈 293억원에 대한 5년 동안의 이자 128억원을 회사가 대신 내준 일까지 드러났다.
증자에 참여한 일가 28명 중에는 학생과 전업주부 등 소득이 없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이 중 115억원은 최근 갚았다는데, 형제 싸움 과정에서 밖으로 알려질 듯하자 그렇게 한 것이란 게 지배적 관측이다. 임직원한테도 회삿돈을 빌려줘 주식을 사게 한 뒤 주식처분 권한을 회사에 위임하게 하는 방법으로 총수 일가의 지배권을 떠받쳤다. 그 돈의 이자 역시 회사가 떠안았다.
기업윤리를 다시금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외환위기 직전에 몰락한 한 중견 재벌급 총수는, 외국에 있는 가족의 생활비와 유흥비까지도 법인카드로 처리한 게 입길에 오르자 ‘다들 그러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한다. 두산의 이자 대납도 기업 돈을 쌈짓돈처럼 쓰는 도덕적 해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두산만의 일일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그렇지 않길 바랄 뿐이다.
박용성 회장 개인의 거취 문제도 거론할 때가 된 것 같다. 재계 마당발로 통하는 그는 60여 가지 공식 직함을 갖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은 스스로 내놓는 게 좋겠다. 박 회장 자신은 결백하다고 주장하지만, 이자 대납건에 이르기까지 도덕적 상처가 너무 깊다. 기업윤리 문제로 도마에 오른 그룹의 총수가 한국 기업인을 대표한다고 하면 나라 밖에서 우리 기업을 어찌 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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