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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거 분위기 흐리는 막말과 흑색선전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지지 연설자로 나선 중견배우 강만희씨가 했다는 발언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한다. 강씨는 엊그제 대구 동성로에서 연설하던 도중 안철수 전 후보를 “간신”이라고 부르면서 “죽여버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또 “박 후보가 대통령이 안 되면 여러분과 우리가 할복해야 한다”는 섬뜩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동안 선거판에서 숱한 막말, 저질 발언이 나왔지만 그중에서도 최악이라고 할 만하다.
강씨의 막말은 마침 엊그제 방영된 윤여준 문재인 캠프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의 텔레비전 찬조연설과 비교돼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윤 위원장은 시종 차분하고 설득력있는 발언으로 문 후보 지지 이유를 밝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텔레비전 찬조연설과 거리 유세의 차이, 지지 연설자의 품성의 차이 등을 인정한다고 해도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까지 여과 없이 토해내는 것을 그냥 묵과해도 좋은지 의문이 든다.
안철수 전 후보를 겨냥한 공세는 비단 강씨뿐 아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어제 “안 전 후보를 대상으로 모종의 자작극을 꾸미고 있다는 제보가 있다”며 “경찰은 안 전 후보에 대한 경호를 강화해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가 박 후보 진영의 눈엣가시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지만 선거운동 총괄책임자까지 나서서 ‘테러 자작극’ 따위의 흑색선전(마타도어)을 해대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박 후보를 둘러싸고 확인되지 않은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도 유쾌하지 않은 대목이 많다. 정수장학회 문제가 잘 해결되게 해달라며 억대의 굿판을 벌였다는 의혹, 2차 텔레비전 토론회 때 아이패드를 보면서 ‘커닝’을 했다는 의혹 등이 대표적인 예다. 진실규명도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정책 토론은 실종되고 이런 사안들이 각종 포털과 트위터 등을 뜨겁게 달구는 것은 분명히 바람직한 대선의 풍경은 아니다.
막말과 흑색선전 등은 선거판에서 영원히 추방해야 할 우리 사회 공동의 적이다. 이런 저질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이 표로 심판해 철퇴를 안겨야 한다. 다시 한번 각 후보 진영의 성찰과 반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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