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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 로켓 발사 이후, 안정적 상황관리가 중요하다 |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다시 어려운 숙제를 던져줬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쓰일 수 있는 장거리 로켓 발사를 성공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이 한층 높아졌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추가 제재 논의에 착수했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일제히 북한을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와 달리 비교적 유화적인 대북정책을 내놨던 두 후보의 발걸음도 당분간 뒤틀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북한은 미사일이 아니고 위성을 궤도에 올리기 위한 로켓 발사임을 주장하지만, 둘 사이의 차이는 사실상 없다. 발사 추진체에 위성을 장착하면 로켓이라 부르지만 탄두를 달면 장거리 미사일이 된다. 유엔 안보리가 2009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발사’도 못하도록 한 결의안 1874호를 내고, 올해 4월 북한이 위성 발사에 실패한 뒤 추가 발사 때 안보리를 자동으로 개최하는 의장성명을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미국도 이전처럼 북핵 문제를 ‘전략적 인내’만 하며 지켜볼 수 없게 됐다. 미국 본토 전역이 북핵의 사정권에 들어가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핵탄두를 소형화·경량화하고 정교한 항법장치와 대기권 재진입에 필요한 내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그래도 북한의 핵 능력이 강화된 것은 분명하고, 당분간 대북 강경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유엔 결의마저 무시하는 북한의 도발 행위는 규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규탄의 목소리만 높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국제 제재만 해도 북한을 실질적으로 추가 제재할 방안이 나오기 힘든 상태다. 이미 북한은 그동안의 제재로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내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그나마 제재가 효과를 거두려면 중국이 적극 가담해야 하는데, 중국은 이미 “안보리의 대응은 신중하고 적절해야 한다”고 한발 빼고 있다.
북핵의 위협은 커졌지만 규탄이나 제재만으로 이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건 이명박 정부 5년이 여실히 보여줬다. 2008년 12월 이래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중단돼 있는 동안 오히려 북핵 능력은 훨씬 강화됐다. 협상을 배제한 제재와 압박 일변도 정책이 얼마나 무력한지, 그리고 협상이 얼마나 절박한지 보여준다.
내년에 북한을 상대로 핵·미사일 문제를 풀어야 할 여야 대선 후보는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지금부터 깊게 고민해야 한다. 북핵 및 미사일과 남북문제를 어떻게 분리하고 연계할 것인지, 대화와 제재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우리 나름의 창조적 정책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도 상황을 악화시킬 뿐인 ‘면피용’ 제재몰이가 아니라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데 힘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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