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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2.14 19:14 수정 : 2012.12.14 19:14

검사가 내연관계인 변호사로부터 사건 청탁 대가로 벤츠 승용차와 신용카드 등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엊그제 부산고법이 무죄를 선고했다. 흔히 ‘벤츠 여검사’로 불리는 이 사건의 당사자 이아무개 전 검사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4462만원을 선고했던 1심과는 정반대의 판결이다.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지만, 2심 판결은 국민의 법감정이나 시대적 흐름과 동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검사의 행태는 검찰의 도덕 불감증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꼽히며 큰 사회적 충격을 줬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부랴부랴 특임검사까지 임명해 수사를 벌인 이유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청탁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벤츠 승용차와 신용카드를 받은 것은 사건 청탁 이전이고, 승용차를 청탁 이후에도 계속 보관·사용했다고 해서 대가 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벤츠 승용차에 대해선 “다른 여자와 만나지 않겠다는 정표로 받은 ‘사랑의 정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결은 사실 판단과 법 적용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무엇보다 승용차가 청탁 이전에 건네졌으니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당장 “청탁하고 나서 벤츠를 주면 유죄고, 벤츠를 주고 나서 청탁하면 무죄인가”라는 물음에 무어라 답할 것인가? 이 전 검사가 동료 검사에게 전화로 청탁을 한 것에 대해 “호의로 한 전화”라고 결론내린 것도 느슨하고 관대했다. 더욱이 이 전 검사는 청탁 이후에도 샤넬 가방 등 2300여만원을 문제의 신용카드로 결제했다고 한다.

법원이 공직사회의 부패나 온정주의에 대해 단호하지 않으면 사회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향상되기 어렵다. 우리 사회는 반부패 인식 및 정책이 흐지부지되면서 투명성이 뒷걸음질치는 상태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12년 부패인식지수(CPI)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176개 국가 중 45위로 전년보다 두 단계 낮아졌다. 한국투명성기구가 순위 하락의 주요한 이유로 “통제받지 않은 검찰권력”을 꼽았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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