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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권 이양기의 애기봉 점등행사 적절치 않다 |
국방부가 서부전선 최전방 애기봉 성탄절 등탑 점등 행사를 22일 오후 열기로 했다. 애초 국방부는 올해 점등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는데 대선 뒤 급작스레 방침을 바꿨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한을 쓸데없이 자극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국방부의 점등행사 강행 방침 선회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국방부는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가 지난달 23일 점등행사를 취소한 이후 추가로 신청하는 단체가 없어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런데 대선 다음날인 20일 점등행사 신청 기관이 있었다며 장병들의 종교활동 보장 차원에서 22일부터 내년 1월2일까지 점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점등행사를 요청하는 기관이나 교회가 있으면 점등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데, 미묘한 시기에 남북관계에 민감한 영향을 줄 사안을 두고 너무 안이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군사분계선에서 600m 정도 떨어져 있는 애기봉 등탑 점등을 ‘반공화국 심리전’이라며 “점등할 경우 조준격파하겠다”고 공언해왔다. 1954년에 시작된 애기봉 점등식은 2004년 6월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선전 활동을 중지하고 선전 수단을 모두 철거하기로 한 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합의에 따라 중단됐다가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계기로 재개됐다. 지난해의 경우 국방부는 등탑 점등을 계획했다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취소했다.
아직 박근혜 당선인의 새 정부가 출범한 것은 아닌 만큼 결정 주체는 현 정부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을 자극할 수밖에 없는 점등행사를 박근혜 당선인의 당선 직후 애초 방침을 바꿔 가면서까지 강행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북한은 어떤 형태로든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마당에 박 당선인이 처음부터 북한에 대결지향적인 신호를 보내는 듯한 모양새는 앞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박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보다는 유연한 형태의 대북정책을 펴겠다고 공약했다. 북한의 사과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기보다는 대화하면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당선인이 대북정책의 변화를 약속한 마당에 현 정부에서 실시해 논란을 빚어온 점등행사는 취소하는 것이 마땅하다. 필요하다면 박 당선인이 행사 취소를 정부에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 정부도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는 대결적 대북정책은 미루고 정권 이양기에 남북관계를 원만히 관리하는 데 주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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