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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안방송’ 만들자는 자발적 움직임에 주목한다 |
18대 대선이 야당의 패배로 끝난 뒤 대안언론, 특히 대안방송을 만들자는 논의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포털 다음의 아고라에서는 대선 뒤인 지난 20일부터 ‘공정한 보도를 위한 방송사 설립 청원운동’이 진행돼 어제까지 모두 6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명을 했다.
소설가 이외수씨는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뉴스타파의 동반자가 돼 주세요.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는, 국민이 만든, 국민의 언론, 그것이 최선의 대안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대안방송 또는 국민방송을 만들자는 목소리는 이처럼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여러 곳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이명박 정부에 의해 장악당한 방송의 편파보도가 대선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보수 편향으로 굳어지고 있는 방송시장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바로잡으려는 자발적인 노력은 지금 시점에서 매우 시급하고도 절실한 일이다. 시민들이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실어 훌륭한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현재의 방송 보도가 얼마나 한쪽으로 기울었는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화방송>은 안철수 후보의 논문표절 의혹에 대해 검증도 없이 보도했다가 방송통신위의 경고를 받는가 하면 지난 6일 안 후보가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 소식은 8번째 꼭지로 축소보도하는 등 대선 기간 내내 노골적인 여당 편향을 드러냈다. <한국방송>에서는 ‘시사기획 창’을 통해 박근혜·문재인 두 대선 후보를 검증하면서 매우 중립적인 태도로 보도했음에도 여당 추천 이사들의 반발로 담당 팀장이 사의를 표명해야 할 정도로 공정보도가 위기상황에 놓였다.
이완수 동서대 교수는 지난 9월20일부터 11월19일까지의 방송 3사 저녁 종합뉴스를 분석해 박 후보는 웃는 모습, 문 후보는 심각한 모습을 더 많이 다루는 등 방송보도 할당 시간과 영상보도 태도에서 박 후보에게 우호적인 ‘불공정성’이 드러났다고 평가한 바 있다. 종합편성채널들은 아예 대놓고 여당 편향 보도를 일삼다가 선거방송심의위로부터 모두 19건이나 제재를 받을 정도였다.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10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할 공론장을 만들고 공영방송 사장 임명을 투명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6월 문화방송 노조와의 약속을 깬데다, 이번 대선에서 방송장악의 단맛을 톡톡히 본 그가 제대로 방송개혁을 할 것으로 믿기는 어렵다. 시민의 힘으로 만든 대안방송이 그래서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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