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생필품값 임기말 이완된 분위기 틈타 올리나 |
연말 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두부·밀가루·소주 등 생필품 값이 오른 데 이어 한파로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 값도 크게 뛰고 있다. 여기에다 새해 초부터 물값과 택시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예고돼 있다. 대통령 임기말에 연말연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듯한데, 정부 당국은 물가관리에 긴장의 고삐를 바짝 죄기 바란다.
씨제이제일제당은 두부·콩나물·조미료 등의 값을 10%가량, 풀무원도 두부와 콩나물 가격을 7~10% 올리기로 했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출고가를, 동아원은 밀가루 출고가를 8% 넘게 올렸다. 밀가루는 과자나 빵·라면 값의 연쇄 인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한-러 어업분쟁 탓에 수산물 값도 들썩이고 도시가스 도매요금, 광역상수도 요금,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택시요금 등도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임기말의 이완된 분위기에 편승해 한번 물꼬가 터지면 다른 생필품도 덩달아 인상 대열에 가세할 우려가 있다. 게다가 국제 곡물·사료 값 급등으로 자칫 내년에 물가 대란을 겪지 않을까 걱정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원재료 값이나 물류비 상승으로 일부 품목의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처지임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해 할당관세 적용, 국제곡물 수입자금 지원 등의 조처를 취해왔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가격을 한꺼번에 올리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경제에도 훨씬 더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공공요금의 경우 인상 요인이 있다면 그때그때 조정하는 게 바람직한데 대선의 유불리를 따져 미루다가 한꺼번에 올리는 무리수를 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는 가공식품 가격 인상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값이 오른 제품은 소비자단체와 함께 원가를 분석하고 부당하게 올렸다고 판단되면 부당이득을 적극 환수하겠다고 한다.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되며 적극적인 물가관리에 나서야 한다.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원화가 강세를 유지해도 물가에 즉시 반영되지 않는 관행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물가안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기부진이 장기화하고 서민 가계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가계가 식료품을 사는 데 쓴 돈은 전체 소비지출의 14.6%로 2001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불황으로 다른 소비는 줄였지만 먹는 것과 직결되는 식료품비는 줄이기 어렵다 보니 식비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그만큼 서민 가계의 물가 고통이 심하다는 방증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