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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글로벌호크 도입 서두를 일 아니다 |
미국이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를 한국에 팔기 위한 공식 절차에 들어갔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21일 한국에 4대의 글로벌호크를 12억달러(1조3000억원)에 팔겠다는 의향을 의회에 통보했다고 한다. 이는 외국에 무기를 팔기 위한 첫번째 조처이다.
미국 정부가 이번에 의회에 통보한 액수가 최종 가격은 아니라지만 그 천문학적인 액수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미국 공군은 2009년 1세트(4대) 가격을 4500억원으로 제시했다가 지난해에는 9400억원으로 올렸고, 이번에는 이보다 훨씬 더 큰 액수를 제시했다.
글로벌호크 사업은 참여정부 때 추진했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보류된 뒤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다시 추진된 사업이다.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이 사업을 만지작거리는 와중에 미국의 국방예산 감축으로 미국의 무기 수요가 줄어들면서 대당 가격이 크게 뛰었다. 결과적으로 국민 혈세를 낭비한 셈이다.
글로벌호크 도입과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과의 연관성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지난 10월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때 우리 정부가 사거리 연장을 얻어낸 대가로 미국 쪽의 요구에 가까운 가격으로 글로벌호크를 구매하기로 약속하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지난해 공개된 위키리크스의 주한미국대사관 전문들을 보면,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한국 정부의 요구보다 미국 쪽의 글로벌호크 구매 압력이 더 강했다는 여러 정황이 나온다. 이 전문이 사실이라면 우리 정부가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사업을 미국의 이해에 따라 추진하는 꼴이 된다.
글로벌호크가 우리 실정에서 정말로 필요한지도 따져볼 일이다. 종심 기준으로 500㎞인 한반도에 작전반경이 3000㎞나 되는 글로벌호크가 과연 필요하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우리가 독자적으로 추진중인 중고도 무인기 개발사업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군은 2015년 말 전시작전통제권이 우리에게 전환되면서 한반도 전역을 감시할 수 있는 글로벌호크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주국방과 군의 현대화는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추진해야 할 과제이지만 그렇다고 국민 혈세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고가의 무기를 미국 눈치를 봐가며 구매할 일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는 그간 협상 경과 등을 꼼꼼히 따져 도입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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