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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역사 퇴행’ 인물 즐비한 아베 내각 |
일본의 아베 신조 내각이 어제 출범했다. 자민당으로선 2009년 9월 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뒤 3년3개월 만의 복귀다. 당시 민주당은 자민당에 대승을 거두면서 이른바 55년 체제로 불리는 자민당 1당 지배체제를 54년 만에 끝냈다. 이번 아베 내각은 일본 정치가 다시 자민당 장기집권 체제로 회귀할 것인지 여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안팎으로 관심이 높다.
우리나라에 중요한 건 아베 내각이 2차 대전 이후 일본 정치의 좌표를 가장 오른쪽으로 옮긴 ‘우향우 정권’이란 점이다. 20년에 걸친 장기 경제침체, 지난해 3·11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국내 요소에 중국의 급부상 및 북한의 도발 행위가 더해지면서 일본 사회는 어느 때보다 폐쇄적이고 국수적인 경향이 강해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과거 침략 역사를 미화 또는 부정하고 군비 증강을 강조하는 아베의 자민당,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시장이 이끄는 일본유신회가 대약진을 했다.
아베 내각이 기본적으로 우파 성향의 인물로 채워질 것이라는 건 예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정도가 훨씬 심하다. 특히 우리나라에 부정적인 인물들이 즐비하다. 대표적 인물이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이다. 그는 아베 1차 내각의 관방부장관으로 일하던 때인 2007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종군 간호부나 종군 기자는 있었지만 종군 위안부는 없었다”며 고노 담화를 부정했다. 그의 문부과학상 취임과 함께 노다 민주당 정권 말기에 긍정적으로 검토됐던 조선학교의 고교 무상화 대상 편입이 사실상 물건너갔다고 한다.
후루야 게이지 국가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 담당상은 미국 뉴저지주를 방문해 위안부 기림비 철거를 요구한 사람이다. 지난해 8월 우리나라의 독도 지배 강화 실태를 살펴보겠다고 울릉도 방문길에 나섰다가 입국이 거부된 신도 요시타카, 이나다 도모미 의원도 각각 총무상과 행정개혁 담당상에 기용됐다. 아소 다로 부총리,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 야마모토 이치타 환경상도 문제 인물들이다.
대외관계를 담당하는 외상에는 ‘외교 경험’이 없는 기시다 후미오 전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상이 기용됐다. 내년 7월 참의원 선거까지는 아베 총리가 직접 외교 현안을 챙기며 주변국과 마찰을 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와의 현안인 독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한시적으로 자극을 피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새 정부는 아베 내각의 포장된 언행에 현혹되지 말고 기본에 충실한 외교를 펼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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