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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통심의위서조차 ‘막말 경고’ 받은 윤창중씨 |
윤창중씨가 어제 인수위 위원장단 발표를 시작으로 인수위 수석대변인으로서 업무를 개시했다. 그동안 야당과 시민사회를 섬멸해야 할 적으로 간주했던 그가, 이제 말끝마다 대통합을 강조하는 박근혜 당선인을 대변하게 된 것이다. 새누리당 안팎의 들끓는 반발에도 꿈쩍 않는 당선인이나 윤씨의 모습이, 철통같은 상명하복과 불통의 데자뷔를 보여주는 듯해 착잡하다.
공교롭게도 그의 업무 개시 첫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는 윤씨의 막가파식 방송 언어에 대해 법정 제재인 ‘경고’를 의결했다. 대통령선거 때 그가 종편 <채널에이>에 출연해 쏟아낸 막말 때문이었다. 윤씨는 이미 <채널에이>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한 프로그램 가운데 3편이 선거방송심의위로부터 품위유지 위반 등의 지적을 받은 터였다. 얼마나 그의 말이 가학적이며 분열적이었는지 알 만하다. 일개 대변인 인사를 두고 경실련이 “저급한 비유와 독설을 일삼은 인사의 기용은 당선인의 품격을 의심케 하고 정권의 품격, 국가의 품격까지 손상시킨다”고까지 논평한 것은 그런 까닭이었을 것이다.
윤씨는 지난 선거를 ‘대한민국 세력과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세력의 대결’이라고 했고, 문재인 후보를 ‘국가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을 뒤집을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를 지지한 정운찬, 윤여준, 김덕룡씨 등에 대해서는 ‘정치적 창녀’라고 했다. 심지어 여당 소속의 홍정욱 전 의원에게도 ‘북쪽 대변인’이라고까지 매도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물결에 대해서는 ‘황위병이 벌이는 거리의 환각파티’라고 말했다.
정치는 말이 씨가 되고, 씨가 열매로 결실하는 과정이다. 말의 신뢰성은 정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하지만 윤씨는 터무니없는 비유와 단정과 매도로 언어의 신뢰성을 남김없이 파괴했다. 그런 그에게 정치는 한낱 선동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대통합의 말을 대변하게 했으니, 우리 정치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설사 2개월짜리 인수위 대변인으로 끝난다 해도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도 자신이 파괴한 언어·신뢰·품격에 책임 지고 물러날 용기는 없을까. 윤봉길 의사까지 끌어들인 걸 보면 그러기엔 출세욕이 너무 앞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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